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

입력 2009-02-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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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성에 부조성 가미...후각 자극 새로운 시도

#전문

10여 년 전, 뮤지컬과 같은 화려하고 감각적인 것만이 공연의 미래라고 주장할 때, 박근형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자그마한 극장에서 '청춘예찬'을 공연해 연극의 아주 '오래된 미래'를 제시한 바 있다. '청춘예찬'을 통해 그는 한국 연극의 일상성을 화두로 제시한 바 있고, 또 지금은 톱스타로 발돋움한 박해일도 발굴한 장본인이다.

#본문

이제 어느덧 그는 한국연극의 중심에 서 있다. 이는 한국연극의 한 맥으로 통하는 '산울림소극장'이 기획한 한국 신연극 100주년 기념시리즈에 참가하는 것으로도 잘 알 수 있다.

박근형이 이번 신작으로 내놓은 '너무 놀라지 마라'는 그의 작품 특유의 '구질구질함'이 징그러울 정도로 그대로 묻어나 있다.

영화감독인지 아니면, 영화감독을 꿈꾸는지 알 수 없는 남편은 영화를 찍는다는 핑계로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한 아내는 노래방 도우미로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

시동생은 은둔형 외톨이로 집밖을 안나간 지 오래됐고, 또 맛살만 먹어 항상 변비에 시달린다. 아버지는 친구의 장례식에서 과거 집을 나갔던 아내가 울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유서 한 통 만을 남긴 채 화장실에 목을 매고 자살한다.

아버지의 시체 썩는 냄새와 화장실 냄새가 진동하는 데도 시동생은 여전히 화장실에서 '악'을 쓸 뿐이고, 남편은 시나리오 작업, 아내는 여전히 일터로 나갈 뿐이다.

기존 그의 작품과 크게 다른 게 없어 보였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보다 유연해졌으며, 그가 전면에 내세웠던 일상성에 부조리성을 덧입혀진 맛이 있었다.

또한 아버지의 시체 썩는 냄새, 변비에 걸려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시동생의 냄새, 고장 난 환풍기로 인해 집안 곳곳에 나는 악취 등 관객의 코를 자극하는 듯한 환각작용은 이 연극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오감을 자극하는 연극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으며, 실제 극장 내부를 냄새로 가득 채웠다면 전혀 색다른 연극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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