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 앞에 금융시장은 여전히 가시밭길

입력 2009-02-02 09:59 수정 2009-02-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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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금융시장의 화두는 '불확실성'

#전문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2차 세계 대전 이후 근 50년간 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던 현상들이 현재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난공불락의 존재라고 여겼던 미국 대형 상업 및 투자은행들의 파산과 몰락, 글로벌 금융위기와 전세계적인 경기둔화 확산 등 경험에 근거한 지식으로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의미의 '블랙스완(Black Swan)'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글로벌 금융위기와 전세계적인 경기둔화 확산 등 경험에 근거한 지식으로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의미의 '블랙스완(Black Swan)'이 만연하고 있다>

이 중 최고의 '블랙 스완'은 전세계 중앙은행들간 공조에 의한 글로벌 제로 금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주요인 중 하나로 비난 받던 제로금리를 가장 신랄하게 비난해왔던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정책으로 앞다투어 채택ㆍ시행하고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아이러니하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제로금리와 쏟아지고 있는 정부들의 각종 경기부양책이 세계 경기 침체의 빠른 회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금융불안과 각국 정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대한 우려 역시 점증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글로벌 제로금리가 현재 단기금융, 채권, 주식, 외환 및 상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각 시장은 올 2009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전문가뿐 아니라 시장참가자들의 이목이 현재 집중되고 있다.

◆단기금융 및 채권시장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경색됐던 국제은행간 시장은 일단 정부의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방안과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공조로 차츰 안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동양종금증권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및 경제에 대한 신용 리스크를 대변하는 TED 스프레드(3개월 리보금리-미 국채수익률)는 파산 직후 436bp까지 상승했으나 현재 120bp로 격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인 30~50bp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CP(기업어음) 시장도 지난해 9월 이후 급감하였던 발행물량이 연준의 자금 투입영향으로 11월 이후 감소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달간 투입된 정부의 자금 규모가 3580억 달러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투자자들의 환매로 발행물량의 증가는 2380억 달러에 그쳤다.

또한, 12월 미국 기준 금리가 0~0.25%로 실질적인 제로 수준으로 인하된 후 미국 비우량 CP 이자율이 급락하면서 비우량 CP에 대한 신용 리스크가 급감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단기금융 및 채권시장이 현재 안전자산 선호 수요 증가와 추세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가 1% 이하로 급락하여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신흥국가의 국채시장은 신용위험 감소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반면 회사채시장은 오히려 신용위험이 증가 추세에 있어 신규 자금조달 및 리파이낸싱이 어려운 국면에 처한 상반된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채권시장도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채권시장 참가자들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가격이 싼 채권을 찾는 작업이 한창 진행하고 있기 때문.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현재 신용등급과 스프레드 등을 비교하면서 소위 우량 채권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최근 단기채권과 우량회사채의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이후 국고채 5년물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풀이했다.

이는 시장의 관심이 경기악화에 맞춰져 있음에도 일정 부분 선반영됐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나 낮아진 절대금리에 대한 부담과 금리반등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리도 만만치 않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채권시장도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현재 펀더멘털보다 개별종목 위주의 매기 집중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설명이고 이러한 흐름은 국내 회사채 시장도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 담당 연구원은 "금융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주식보다는 채권투자가 유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면서도 "구조조정 등 불안 요인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만기가 짧은 우량등급 회사채 위주로 선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연구원은 "특히 신용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회사채에 대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금리하락에서 소외됐던 종목 중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에 대한 매수시도는 이어질 공산이 높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채권 투자 전략이 당분간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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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

지난해 50% 이상 폭락세를 보였던 글로벌 주식시장은 작년 11월 22일을 기점으로 반등하며 2009년 연초까지 전형적인 베어 랠리를 펼쳤다.

특히, 중국 기업이 상장된 항셍 H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외환 보유고와 강력한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 중 가장 큰 폭의 베어랠리를 경험하며 예의 높은 변동성을 보여줬다.

증권업계는 이러한 베어 랠리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전무후무한 유동성 공급 정책과 연일 쏟아지는 세계 각국 정부들의 경기부양정책 영향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자본 시장에 공급하는 막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증시로 본격적인 자금 유입은 이뤄 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뮤츄얼 및 헤지 펀드의 환매 규모의 증가는 투신권의 매도량 증가를 통해 증시의 반등 탄력을 둔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됨에 따라 지난해 4분기부터 실물경제의 침체가 올들어 본격화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으나 그 폭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또 다른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2차 금융위기와 관련된 금융권의 추가부실 가능성과 늘어난 기업 재고물량, 올해 투자계획도 설정하지 못할 정도로 불투명한 기업 환경 등은 앞으로도 주식시장이 반등을 위해 갈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현재 시장을 대하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면 유동성 보강"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앙정부에서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뿌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나마 거처를 정하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MMF잔고의 급증이나 채권형 펀드 잔고 증가를 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고객예탁금이 꾸준히 10조를 상회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은 있다고 보여지지만 실제로 시장에 보다 긍정적인 수급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MMF나 채권형 펀드가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야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직전 대비 4배 이상 급증, 시장에 대한 예측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던 주가 변동성이 최근 하향 안정화됨에 따라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악화된 기업실적과 경기 침체 심화 우려가 여전해 주식시장은 현재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외환 및 상품시장

2008년 엔화는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현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이 급증하면서 모든 통화 대비 초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엔화 강세는 일본의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여타 국가 대비 비교적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일본기업이 타국가의 경쟁업체를 인수(M&A)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화의 경우 미국의 급진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개선 희망과 기축통화로서의 지위상 이점으로 인해 지난해 여름 이후 추세적 강세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지난 10년간 국제 통화로서 자리 매김했던 유로화는 경기 침체 정도가 유로존 내의 개별 국가마다 상이한 모습을 보이면서 재차 국제통화 및 더 나아가 기축통화로서 지위 향상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국가의 존폐 위기를 불러왔던 신흥국 통화의 경우에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제로금리 공조와 '보이는 손'인 정부 개입이 본격화된 작년 10월 이후에는 환율 상승 및 변동성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신흥국 통화는 단기적으로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환율 및 물가에 대한 우려로 금리 하락 여지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투기적 자금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험 노출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인 상황이다.

이머징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하락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진단내리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서울환시에서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으나 환율이 1400원대 안착 후 추가상승을 시도할 경우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구두 개입에 따른 미세 조정) 혹은 실개입에 나서 상승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진호 우리선물 연구원도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로 글로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수출 부진으로 수출업체 네고 또한 부재한 상황 속에서 상승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미국이 현재 제로금리까지 인하된 만큼 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쓸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방향과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상품시장의 경우 지난해 초 최고의 투자처로 급부상했던 것과 달리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둔화 우려로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급격히 냉각되는 모습이 2009년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유가는 최고점 대비 80% 급락하며, 가격 상하방향으로 오버 슈팅(Overshooting)하여 모든 예측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최근 기술적 반등과 유동성 팽창, 이스라엘 가자지구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으로 반등세를 보였으나 현재까지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모습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2008년판 버블'의 진수를 보여준 국제유가가 5년 전 경제호황 진입 이전 가격으로 회귀하면서 그간 신흥국의 엄청난 수요증가, 생산비용 상승,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언더슈팅 국면에 진입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전세계 무역위축과 수요감소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됨에 따라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엄청난 물량의 채권발행을 예고하고 있어 미래 인플레이션 기대까지 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방향의 불확실성 시대에 각광받는 투자자산은 역시 금일 수 밖에 없다며 기축통화로써의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유로화나 엔화 역시 대체통화로는 역부족이라 금의 매력이 돋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의 대체 자산으로 통용된다. 일반적인 자산가치 및 화폐가치 하락에 비해 영속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금본위제가 유지되었을 만큼 공급량이 제한적인 점이 이를 방증하며 금값이 달러가치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점 또한 대체통화로써의 확고한 지위를 보여준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성공 여부에 따라 통화가치와 물가의 변동성이 판명 나겠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안전자산으로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금융경색 국면이 이어진다면 금값은 네 자리 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수급측면에서도 금은 우호적 환경 국면에 놓여 있다"며 "세계 최대의 금 공급국인 남아공의 지난해 생산량이 생산비용 증가로 인해 전년대비 38% 줄었는데 헤지펀드들의 마진 콜로 인한 금 매도가 없었다면 이미 온스당 1000달러 시대를 맞이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도 "주요국 화폐 과잉에 따라 금의 가치가 주목 받을 수 있다"며 "국채시장과 신용물 시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미 대차대조표 상 자산확대를 무제한 감수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한 이상 달러 과잉 시대의 수혜는 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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