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포식자 카뱅 中] 메기로 키우려던 인터넷은행, 본분 잊고 ‘공룡’됐다

입력 2021-08-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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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위기’ 카뱅 탄생의 기원

카카오뱅크의 탄생의 기원은 1997년 IMF 외환위기부터 시작된다. 현재 ‘빅4(KB국민·신한·우리·하나)’ 금융지주사 구도의 틀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이 차지한 은행업 영토가 만들어진 시기이기 때문이다.

◇카뱅, 외국계 2곳 떠난 자리 메우다 = 금융시장은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시기를 맞았다. 당시 IMF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자본시장 개방을 요구하면서 외국계 자본에 대한 빗장이 풀렸다. 이후 금융시장은 격변기를 보냈다. 1998년 2월 동남·동화·대동·조흥·상업·한일은행 등 12개 은행에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진 후 같은 해 9월 동화·동남·대동·충청·경기은행 5곳의 은행업 인가가 취소된다. 1999년 지금의 금융감독원이 설립되고 3년 후인 2002년 2차 은행구조조정 대상은행으로 조흥·한빛·외환·평화·광주·제주은행이 선정된다. 이들 은행에 대해서 금융당국은 조흥·외환은행은 독자 생존 조건부 가능으로 평가한 반면 한빛·평화·광주·제주은행은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금융지주사 편입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한다.

이때 금융당국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메기효과’를 기대하며 외국계은행 2곳을 들여올 계획을 세웠다. 그 과정을 거쳐 SC(2005년 제일은행 인수), 씨티(2004년 한미은행 인수)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SC제일은행은 본사의 지침으로 지점을 대규모로 축소해야 하고,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메기효과’를 기대했던 외국계은행이 오히려 도태된 셈이다. 그 자리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등장과 함께 새롭게 주목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메기로 등장한 것이다.

금융산업 구조조정 당시 근무했던 금융당국 관계자는 “노조문화가 있는 국내은행을 인수한 것이 SC와 씨티의 패착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인수합병이 아니라 홍샹(홍콩상하이은행, HSBC)이 제로베이스에서 국내 은행업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2008년에도 인터넷은행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후 중금리대출이 대두되면서 2015년에 본격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 업고 금융위 전폭 지원 = ‘인터넷전문은행’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은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시절이다. 현재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이 전자금융감독팀장으로 재직하던 때 ‘우리나라 인터넷금융거래 현황과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시사점’이란 자료를 냈다. 당시 자료에는 “세계은행의 보고서 등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인터넷뱅킹이 높은 증가세를 나타낸다면 고객의 인터넷전문금융회사에 대한 낮은 거부감 등에 힘입어 인터넷전문은행이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2008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되면서 도입방안 마련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IT·금융 융합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IT회사, 전자금융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다음 카카오 판교사무소를 방문해 IT·금융 융합 트렌드에 대응해 국내 금융 시장의 규제·제도 개선사항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때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의 은행업 인가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2015년 10월 예비인가를 신청하고 한 달만에 예비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6년 9월 케이뱅크가 먼저 본인가를 신청해 같은 해 12월 은행업을 인가받았다. 이어서 카카오뱅크가 2017년 1월에 본인가를 신청하고 같은 해 4월 은행업 인가를 받았다. 1년 남짓 기간에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연달아 받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사이 은행업감독규정, 금융지주감독규정 등 인터넷전문은행업 도입을 위한 각종 규정, 세칙 등을 변경했다. 그리고 중금리대출 방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2018년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발전방안을 발표할 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중금리대출 향후 계획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2019년에 6000억 원 이상을, 2022년까지 누적 기준 5조1000억 원을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은 원래 인터넷전문은행을 은행 산업의 메기로 두려고 했으나 지금은 공룡이 되버렸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소비자 민원 이슈, 각종 규제 등 여러 과제를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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