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WHY, WHY, WHY

입력 2021-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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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산 더스윙 대표

육하원칙 중 가장 잊기 쉽고, 어려운 질문은 아마도 ‘WHY’일 것이다. 나머지 다섯 개에 대한 답변은 모두 실존하는 대상이 있거나 구체적이지만 ‘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뇌에 쓰이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일상적인 행동을 하는 동안 사실상 뇌를 쓰지 않고, 비일상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만 뇌를 활성화한다고 한다. ‘왜’는 실제로 뇌 근육이 피곤한 질문이고, 그래서 의식 중 혹은 무의식 중에 자주 잊게 된다.

업무를 할 때 특히 우리는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을 ‘왜’하는지 잊을 때가 많다. 특히나 매우 급하게 돌아가는 스타트업의 생태계에서 이는 더 자주 발생하게 된다. 업무를 하는 당사자에게, 동료들에게, 고객들에게,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유의지로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WHY는 중요하다.

업무를 하는 당사자로서 WHY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내가 행동하는 원동력이자 나침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 일의 의미와 나와 우리 팀이 성취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이미 수십 번 확인한 일을 한 번 더 점검하게 하는 힘이고, 수많은 난관에 부딪혀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할 힘을 준다.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데에 집중하면 행위 자체만으로 만족하게 되지만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알면 언제나 업무의 성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WHY를 생각하는 것은 디테일에 매몰된 나와 우리 팀의 큰 그림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작은 단위로 쪼개서 하다 보면 어느새인가 본래 의도한 바대로 가지 않을 수 있는데, 이때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둘째,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만이 동료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따위의 정보는 그저 사실 전달에 불과하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공감하고 나와 함께 해 주기를 바란다면, ‘왜’에 대한 대답을 공유할 때에만 내 생각을 전할 수 있다. 위에 든 예에서 “우리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조직은, 진정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일 수 없으며 주어진 과업들을 하기에 급급한 수동적인 사람들만 남을 수밖에 없다. 조직이 커질수록 리더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보다 이 일을 왜 해야 하고, 우리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즉 비전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는 까닭일 것이다.

셋째, 고객들은 이 서비스 혹은 물건을 ‘왜’ 구매해야 하는지 설득당하지 않는 이상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제품에는 무엇이, 어떤 기능이 들어 있고 이 서비스는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는 부가적인 설명일 뿐, 궁극적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들이 구매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물적 자원이 풍족한 21세기에, 그것도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대부분 구매 이유가 명확한 필수재보다 기존의 것을 더욱 더 편리하게 하도록 웃돈을 내야 하는 사치재의 성격에 더 가깝다. 사치재는 고객을 기능이나 스펙으로 설득할 수 없으므로, WHY에 대한 대답의 난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의 뇌는 어려운 질문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의식적으로 WHY를 질문하지 않으면 어느새 고객 설득과는 상관없는 WHAT과 HOW만 설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넷째, ‘왜’라고 물을 때 새로운 기회가 보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왜’를 묻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 경영대학원이나 전략컨설팅회사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프레임워크 역시 “FIVE WHY’S” 라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에 대해 WHY라는 질문을 5번만 연달아 하면 그 문제의 본질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인다는 방법이다. 자세한 내용은 검색을 통해 찾아보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왜’는 유한한 인생을 알차게 살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자유의지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자유의지로 언제 죽을지 결정할 수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이 삶을 내 자유의지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세상에는 나를 둘러싼 사회 규범, 법규, 타인, 타인의 기대 등 내 행동에 영향을 줄 많은 것들이 있다. ‘왜’라고 질문하지 않고 남이 좋다는 대로, 규칙을 지키기 위해 등의 이유로 인생을 살다 보면 마치 이미 짜인 각본의 배역처럼 남의 인생을 살 듯 살게 된다.

작지만 모두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스타트업을 경영하면서, WHY의 힘에 대해 자주 느끼게 된다.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WHY라는 질문을 의식적으로 되새기면서, 오늘도 나는 나 스스로, 동료에게, 고객에게 진정한 의미를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WHY를 던진다.

PS. 그런데, 궁극적으로 나는 왜 사는 걸까에 대한 답은 정말 모르겠다. ‘일하는 게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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