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역도 허버드 탈락했지만…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입력 2021-08-03 17:19 수정 2021-08-03 17:37

올림픽 역사상 첫 성전환 역도 선수 '로럴 허버드'
1~3차 인상 모두 실패…"참가만으로도 감사"
성전환 여부와 경기력 상관관계 여전히 의견 분분

▲2일 뉴질랜드의 로럴 허버드가 역도 여자 87㎏ 이상 A 그룹 경기를 마친 뒤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2일 뉴질랜드의 로럴 허버드가 역도 여자 87㎏ 이상 A 그룹 경기를 마친 뒤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트랜스젠더 역도 선수 로럴 허버드가 아쉬운 성적으로 올림픽 일정을 마무리하며 성전환 여부는 경기력과 상관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출전을 향해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데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운동 능력에 관해서도 과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뉴질랜드 역도 선수 허버드는 2일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87㎏ 이상 A 그룹 경기에 출전했다. 이날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경기에서 그는 인상 1∼3차 시기에 모두 실패해 용상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역도는 각 선수마다 인상과 용상을 각각 3번씩 시도해 이를 합산해서 순위를 정한다.

허버드는 과거 105kg급 남자 역도 선수로 활동하다 2013년 성전환 수술을 하며 여성이 됐다. 남성 시절 이름은 개빈이었다. 그가 선수 활동을 재개한 건 2015년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성전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건 2004년이다.2015년에는 '성전환 수술을 해야한다'는 조건을 없애고 호르몬 수치를 새로운 조건으로 정했다.

▲2018년 4월 9일 호주에서 열린 코먼웰스 게임 역도 여자 90kg 결승전에 참여한 로럴 허버드. 그는 2017년부터 뉴질랜드 국가대표 여자 역도 선수로 활동했다.  (AP/뉴시스)
▲2018년 4월 9일 호주에서 열린 코먼웰스 게임 역도 여자 90kg 결승전에 참여한 로럴 허버드. 그는 2017년부터 뉴질랜드 국가대표 여자 역도 선수로 활동했다. (AP/뉴시스)

허버드의 참가는 규정상 문제가 없었지만, 그가 국제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공정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그가 앞선 세계 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경쟁 선수들의 반발이 커졌다. 허버드의 올림픽 출전은 세계 스포츠계의 논쟁 거리가 됐다.

2019년 허버드가 사모아에서 열린 태평양 역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딸 당시, 사모아 역도대표팀 감독은 "그가 뉴질랜드 역도대표팀에 선발돼 도쿄에 가는 건 다른 (여자) 선수들이 도망치는 것을 허락하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안나 반벨링헨 벨기에 역도 선수는 그의 출전을 반대하며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전적으로 지원하지만 포용의 원칙이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IOC가 기준으로 내세운 테스토스테론이 신체 능력과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으로 근육 생성과 심폐 기능등 운동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신화/뉴시스)
(신화/뉴시스)

2015년 IOC가 마련한 지침에 따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선수는 바뀐 성별을 최소 4년간 유지해야 하고, 첫 경기 참가 전 최소 1년 동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리터당 10nmol/L(나노몰) 미만이어야 한다. 이는 1년간 호르몬 요법을 거치면 테스토스테론의 이점이 사라진다는 그해 발표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정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아동청소년병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와 상반된 내용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2년 동안의 호르몬 치료 이후, 트렌스젠더 여성과 시스젠더(Cisgender·심리학적 성별과 생물학적 성별이 일치하는)여성의 달리기 능력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시스젠더 여성보다 12% 더 빨랐다.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대학교 연구진은 2019년 12월 성전환 여성이 호르몬 요법을 1년 이상 받더라도 사춘기 이후 형성된 근육과 근력이 줄어드는 정도는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 허버드 이전에 캐나다의 사이클 선수 크리스틴 윌리가 성전환 선수로 올림픽 출전에 도전했지만, 오히려 테스토스테론 양이 떨어지면서 경기력이 떨어져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로럴 허버드가 인상 세 번째 시기를 실패한 뒤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감사해요"라고 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럴 허버드가 인상 세 번째 시기를 실패한 뒤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감사해요"라고 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운동 능력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2015년 1년간 호르몬 요법을 거치면 테스토스테론의 이점이 사라진다는 연구를 발표한 영국 러프버러 대학의 의학물리학자 조안나 하퍼 교수는 "관련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트렌스젠더 선수의 참가를 지지하는 쪽이든, 지지하지 않는 쪽이든 관련 근거가 빈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허버드는 성적과 관계없이 올림픽 참여만으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내내 기합을 넣는 다른 일반 선수와 달리 시종일관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환호성을 지르려다가도 참는 모습을 보였다.

허버드는 경기가 끝난 뒤 손하트를 그려보이며 환하게 웃었고, 언론 인터뷰 차례가 돼서야 입을 열었다. 그는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 나의 올림픽 참가를 허가한 IOC에 고맙다"며 "스포츠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걸 IOC가 증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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