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는 공정지도] 다시 펄럭이는 무지개 깃발…성소수자 “차별금지, 최소한의 공정 원칙”

입력 2021-07-28 09:00

본 기사는 (2021-07-28 09: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해고될라" 대부분 성 정체성 감춰

이성애 가족 중심의 정책에 성소수자 사각지대로

"그나마 '차별금지법' 실낱 희망"

차별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을 향한 차별과 폭력은 일터를 넘어 학교, 주거, 선거 등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이투데이가 만난 성소수자들은 차별이 만연한 일상에선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 역시 ‘차별의 시대를 불태워라’였다. 이날 퀴어퍼레이드의 참석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2년 만에 무지개 깃발이 서울 도심에서 펄럭였다.

◇차별, 기본적 삶의 조건 갖추지 못하게 해=성소수자는 고용 불안에 노출되기 쉽다. 지난달 29일 성소수자주거권네트워크가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성소수자들의 정규직 비율이 시스젠더(cisgender·출생 시 법적 성별과 성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스젠더의 정규직 비율은 60%를 웃돌았지만, 성소수자의 경우 40.7%를 기록했다. 성소수자의 비정규직 비율(49.3%)은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체 비정규직 비율(36.3%)보다도 높다.

사회의 각 영역에서 참여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만큼 불공정 지대에 내몰리기 쉽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다른 집단보다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작년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인의 명시적 편견은 5점 만점에 3.23점으로 이주노동자(2.99점)나 북한이탈주민(2.90점)에 비해 높았다. 명시적 편견이란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인식을 뜻한다.

한국의 많은 성소수자들은 자신을 감추는 방법으로 차별을 피한다. 직장 동료들의 따돌림에서부터 심하면 해고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일상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성소수자 김해진(29, 가명) 씨는 “당연한 권리를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게 공정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결혼은 개인 자유의 영역이다. 동성결혼 역시 안 될 이유가 뭐가 있겠냐. 최소한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소수자들의 현황과 실태를 조사한 자료가 미비하다 보니 정책 수립을 위한 인구집단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호림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 활동가는 “한국의 주거정책은 이성애 가족 기준 혹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대표적으로 성소수자가 가구를 꾸리는 경우, 신혼부부에게 지원되는 다양한 주거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서 “사실상 주거와 관련된 모든 부담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공정지대로 향하는 시작”=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공정성’을 내건 경쟁이 성소수자를 향한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성소수자가 느끼는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하고 사회적 약자를 경쟁으로 몰아넣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하다는 착각’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역시 소수자·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고 공동체 연대를 와해하는 부작용이 능력주의의 본질적 문제라고 말한다.

이종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지금의 공정 담론은 왜곡됐다”고 단호히 말했다. 공정한 사회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사회 주류에 치우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에게는 공정이라는 말보다는 평등이라는 말이 더 맞다”며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차별이라는 불평등을 해소해야 공정 논의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차별금지법만으로 차별이 사라지진 않지만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14일, 차별금지법 국민 입법청원이 10만 명 동의를 넘어서면서 입법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성적 지향과 정체성 등을 포함한 23개의 항목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도록 했다. 또 지난달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평등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힘을 보탰다. 해당 법안에선 보수 개신교 등의 동성애 반대 집회 등을 차별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제 우리의 힘으로 차별금지법을 국회의 토론장에 올려놓는다. 누군가는 지금도 알리지 못하는 부고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며 “9월 정기국회 본회의에 차별금지법안이 상정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다시 힘차게 나아가자”고 기대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소수자에게 공정한 사회는 차별이라는 구조가 사라지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 가지고 있는 타인에 대한 편견이 구조적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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