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마음 회복의 시작

입력 2021-06-17 05:00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김 군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청년으로 정신건강 복지센터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의 외모를 보면 정신적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수염은 늘 텁수룩하고 삐져 나온 코털들이 1㎝ 가까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외모 관리에 대한 주위의 권유를 듣지 않았고, 자신의 신체를 누구도 건들지 못하게 했다. 그의 어머니마저 손댈 수 없는 ‘사자의 코털’이었던 것이다.

당시는 센터 이용자들의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했던 덕에 외부로 취업해 나가는 분들이 늘고 있었던 시기였다. 이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김 군도 나중에 취업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프로그램 시간에 취업 면접에 대비해 실제로 연습해 보기로 한 날이었다. 아침에 면도했는지 턱 주변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그가 나타난 것이다. 면도를 잘못해서 난 상처가 애처로웠는데, 자세히 보니 코털이 깔끔히 정리돼 있어 모두 깜짝 놀랐다. ‘너무 멋지다’라는 칭찬과 함께 누가 코털을 잘라 주었냐고 질문을 하니, 그는 “제가 아침에 거울을 보았는데, 수염도 길고 코털도 길게 나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잘랐어요”라고 겸연쩍은 미소로 대답하였다. 전에 내가 쪽가위를 들고 쫓아다닐 때도 그렇게 싫다고 하더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고 다시 물었다. 김 군은 “그때는 그게 안 보였어요. 그런데 이제 취업 면접에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걸 잘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뒤로 김 군은 프로그램을 마치고 취업 실습도 나가 생애 처음으로 돈을 벌어 어머니께 용돈을 드렸다. 김 군은 동료들이 취업 나가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고 그 자극은 그토록 외면했던 그 자신의 모습을 비로소 깨닫게 한 것이다. 그리고 코털을 스스로 자르는 작은 용기를 발동시켰다. 나도 하고 싶다는 그런 소박한 바람, 그렇지만 간절한 바람. 그것이 마음 회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깊숙이 조금씩 차오르는 샘물처럼 말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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