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편의점에만 특혜 준 '희망급식 바우처'

입력 2021-05-24 05:00 수정 2021-05-2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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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급식 바우처’가 시작부터 논란이다.

지난 20일부터 사용이 시작된 희망급식 바우처는 서울시와 교육청이 원격수업을 하는 서울 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위해 급식비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생당 10만원씩 제로페이를 지급하고 이를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희망급식 바우처다.

맞벌이가 늘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업주부들조차 등교하지 않는 날 아이의 식사를 챙기기 바쁜 상황을 배려한 사업의 취지에는 상당수가 공감한다.

그러나 사용처와 구매 가능 품목 때문에 학부모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엄마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 목록을 공유하고 통신사 할인이 가능한지 여부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이들은 불만과 의문을 동시에 쏟아낸다. 도시락이나 과일이 이미 품절됐다는 불만부터 아이들의 개별 기호를 고려하지 않는 구매 품목 때문에 마땅히 살 제품이 없다는 하소연은 기본이다.

이 바우처를 왜 편의점에서만 사용해야 하는지에도 물음표를 던진다.

56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사업이지만 사용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 시내 대부분의 자영업자와 재래시장 상인들은 제로페이 가맹점이다. 희망급식 바우처 역시 제로페이로 결제한다. 하지만 사용처는 편의점 단일 채널로만 제한하고 있다. 그마저도 아이들의 영양학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품목까지 한정적이다. 더위가 무르익어가지만 빙과류는 구입할 수 없고 도시락은 구매할 수 있지만 삼각김밥이나 가공유를 살 수도 없다.

지난해 역시 비슷한 지원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쌀과 김치,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의 식재료 꾸러미를 학생당 10만원 상당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했다. 이번 희망급식 바우처는 당시 제도를 보완한 것이라고 한다. 굳이 기존 방식을 바꾼 것은 당시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다. 식재료 꾸러미는 누군가 조리를 해야 한다. 식재료가 없어서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집밥이 늘어 가사노동 강도가 높아졌다는 근본적인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희망급식 바우처는 완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같은 사용자들의 불만을 수용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 원인이다. 교육청은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해 사용처와 구매 가능 품목을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배제됐다. 사용자를 배제한 정책이 과연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하다 못해 학교에서 도서 한 권을 구입할 때도 학부모들의 추천을 받는 시대다. 그만큼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보편화됐지만 교육청과 서울시는 아직인 모양이다.

사용자 입장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도 이 제도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편의점은 주택가에 인접한 점포가 많아 사용자 접근성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그렇긴 해도 동네에는 빵집도, 식당도, 시장도 있다. 이런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희망급식 바우처는 편의점을 위한 ‘특혜’에 지나지 않는다. 희망급식 바우처가 이름에 걸맞게 모두에게 희망이 될 순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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