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재·보궐선거 3곳서 참패한 자민당

입력 2021-04-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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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일본에서 25일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3곳에서 자민당이 참패했다. 이번 선거는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 대한 평가와 10월까지 실시해야 할 중의원(하원) 선거의 향배를 점치는 성격이 짙었다. 결과적으로 자민당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금전 선거 체질의 아베 신조 전 정권과 이를 계승한 현 스가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이 내려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본의 중앙에 위치하는 나가노현 선거구에서는 참의원(상원) 보궐선거가 있었는데 입헌민주당 소속의 신인 하타 지로가 당선했다.

나가노현은 일명 ‘하타(羽田) 왕국’이라고도 불린다. 1994년에 2개월만 총리를 지낸 고(故) 하타 쓰토무(羽田孜)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 나가노현 선거구 중 참의원에서는 하타 전 총리의 장남이자 입헌민주당 소속 하타 유이치로가 오랫동안 의원을 지냈다. 하타 전 총리가 중의원 의원이었기 때문에 장남 유이치로는 나가노현 선거구에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 이후 5선 의원이 되었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국민을 놀라게 했다.

유이치로의 사망으로 보궐선거가 실시됐는데 그의 친동생 하타 지로가 당선된 것이다. 세습정치와 유사한 형태로 나가노현이 하타 왕국임을 다시 과시한 결과가 됐다. 즉 자민당의 참패와 일본의 세습정치 현장을 보여주는 선거가 됐다. 일본의 보궐선거에서는 2001년 이후 국회의원이 사망해서 선거가 치러지면 사망한 사람의 후계자가 당선되는 경우가 85% 정도다.

홋카이도에서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는 입헌민주당의 마쓰키 겐코(松木謙公)가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자민당은 후보를 세우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전직 자민당 국회의원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가 비리 사건으로 불구속기소 돼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실시된 보궐선거였기 때문이다. 요시카와 전 의원은 자민당 계파 중 니카이파 소속이므로 니카이파를 기반으로 하는 스가 총리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히로시마현 참의원 보궐선거는 2019년 7월 선거 당시 유권자들에게 총 2900만 엔(약 3억2000만 원)의 돈을 뿌려 당선 무효가 된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때문에 치르게 된 선거다. 가와이 안리의 남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상도 아내의 부정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혐의로 부부가 함께 지난해 6월 체포돼 수감 중이다.

자민당은 가와이 안리를 당선시키려고 1억5000만 엔이라는 파격적인 선거자금을 제공했다. 이 금액은 자민당이 보통 제공하는 선거자금의 10배가 되는 액수다. 그리고 자금의 출처가 아베 전 총리의 비자금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가와이 부부가 체포된 무렵 아베 전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되어 지난해 8월 28일 총리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 직접적인 원인으로 가와이 부부 체포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거론되고 있다.

가와이 부부도 니카이파 소속이므로 역시 현 스가 정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민당 간부들이 총동원돼 응원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야당 통일 후보인 미야구치 하루코(宮口治子)가 당선됐다. 히로시마현은 ‘보수 왕국’이었으나 자민당이 부패한 금전 선거에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선거와 10월까지 실시해야 할 중의원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최근 자신의 자민당 총재 임기 안에 중의원선거를 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그의 당 총재 임기는 9월 말까지다. 그는 먼저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무투표 방식으로 경쟁자 없이 총재직에 다시 올라 자동으로 총리가 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혹시 도쿄올림픽이 중지되거나, 실시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코로나가 크게 만연하면 스가의 정치 생명 자체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스가를 대신할 만한 인재가 없다는 문제도 있어 스가 총리는 그 점에 희망을 품고 있는 모양이다.

아베 전 총리는 최근 건강회복을 어필하면서 여러 단체의 임원을 맡아 정력적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선거에 응원연설자로는 나서지 않았다. 여러 스캔들로 유권자들이 아베 전 총리를 보는 눈이 아직 곱지 않기 때문이다.

자민당의 현 정조회장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이 일본의 장래 모습을 제언한 저서를 발간해 총재 선거 출마를 강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시모무라는 아베 정권에서 문부과학상을 지낸 극우파의 대표적 국회의원이다. 시모무라는 최대 파벌 호소다(細田)파에 소속돼 있어 스가 총리의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면 9월 총재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아베 전 총리가 시모무라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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