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7일만에 정상화…희망봉으로 뱃머리 돌린 선사들 '황당'

입력 2021-03-30 15:01 수정 2021-03-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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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다시 열렸지만 일부 선사들은 마냥 반가워 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정상화까지 길게는 수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에 우회로인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으로 뱃머리를 돌린 탓이다. 운송기간과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해적 출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나마 선적의 길이 400m 짜리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6일(현지시간) 수에즈 운하에 좌초해 있다. 수에즈/로이터연합뉴스
▲파나마 선적의 길이 400m 짜리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26일(현지시간) 수에즈 운하에 좌초해 있다. 수에즈/로이터연합뉴스

수에즈운하관리청(CSA)은 29일(현지시간) 운하에서 좌초했던 에버기븐 호 선체가 완전히 물에 떠오름에 따라 운하 통항을 즉각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이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방에서 선박을 빼내는 이초 작업만 해도 수 주일이 걸릴 것이라며 수에즈 운하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오래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실제 에버기븐 호 인수 작업에 투입됐던 구난 업체 '스미트 샐비지'의 모회사인 세계 최대 중량물 운반선 업체 네덜란드 보스칼리스의 최고경영자는 에버기븐 호를 옮기는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나는 추측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이 우려되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른 정상화는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희망봉으로 우회를 선택한 일부 선사는 당혹스럽게 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물론 우리나라의 HMM도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항로를 택했다. 머스크의 경우 15척, MSC는 11척, HMM은 4척이 희망봉으로 향하고 있다.

우선,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항 거리는 훨씬 늘어난다. 예를 들어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는 보통 11일이 걸린다. 하지만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여기에 26일이 더해져 총 39일이 걸린다.

비용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추가 연료비는 하루 3만 달러 이상인데, 장기가 되면 총 80만 달러가 넘는다. 여기에 화물 운송이 지연되면 벌금 명목으로 하루 1만5000달러에서 3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더 심각한 건 해적이 출몰할 가능성이다. 아프리카 주변 항로는 해적으로 가득한 소말리아 외곽 지역을 지나야 한다. 아프리카 북동부 해역에서는 오랜 기간 해적이 활동해왔고 서아프리카 해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운송로’로 불린다. 배에 보안팀이 있으면 걱정이 덜하지만, 보안 인력이 없으면 안전한 항로로 우회해 3일이 추가된다. 우리 정부는 희망봉으로 향하는 HMM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을 아덴만 일대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수에즈 운하가 통항이 재개 됐지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봉 우회가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 중인 배만 367척"이라며 "정상적으로 배들이 운하를 통과하는 데까지 6일 이상의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교역량의 12%와 전 세계 해상 석유 운송의 10%를 담당하는 곳이다. 지난해에만 1만9000척이 이 운하를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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