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노이즈 마케팅도 상황 봐가며 하셔야죠

입력 2021-03-30 15:00 수정 2021-04-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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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이른바 ‘공포 마케팅’이 있습니다. 특정 재화를 구매할, 이른바 ‘가망 고객’의 심리를 이용(또는 악용)하는 경우입니다.

예컨대 전쟁이 고조되는 시기에 무기 판매를,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특효약'이라며 허무맹랑한 약을 판매하는 것도 공포 마케팅입니다.

절박한 이들의 심리를 악용해 이익을 챙기는 행위이지요. 생애 전 주기에 사용하는 의료비 가운데 90%가 사망 직전에 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2014년 4월 진도 팽목항. 한 음식 프랜차이즈 기업은 ‘자원봉사’라는 허울을 앞세워 커다란 홍보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그뿐인가요. 넋을 잃은 실종자 가족들 틈에서 누군가는 ‘구난 잠수사’ 명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실종자 가족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사이 또 다른 누군가는 자기 주머니를 채우겠다며 이리저리 뛰고 있었지요.

이제 와서야 고백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현수막과 명함을 보고서 어금니만 깨물었을 뿐, 제대로 입바른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했습니다. 실종자 숫자를 보고 기자 스스로도 넋이 나갔던 때였으니까요.

1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절박함을 기회 삼겠다는 심리가 여전히 곳곳에 가득합니다.

2018년 3월 금호타이어. 경영난 탓에 벼랑 끝으로 몰렸던 이 회사는 해외매각과 법정관리 사이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습니다.

위기감이 극에 달했던 그 순간,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 한 곳이 겁도 없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인수 자금은 물론 조직력도 부족한 그들은 성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금호타이어 인수'를 공언했습니다. 채권단이었던 산업은행은 물론 금호타이어도 황당해했습니다. 문제의 유통업체로부터 인수 의향을 전달받은 일조차 없었으니까요.

누군가는 법정관리 문턱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그때. 사회적 관심이 쏠린 이 회사의 인수ㆍ합병(M&A)에 무턱대고 뛰어든 이들은 기자회견 때부터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인수 전략은커녕 금호타이어 회생 계획조차 전혀 없었으니까요.

작은 유통 업체가 거대 타이어 제조사를 인수하겠다는 허풍은 그래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다만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해진 '금호타이어 인수' 소식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것은 사실입니다. 대안도 없던 그들의 기자회견은 누가 봐도 '노이즈 마케팅'이었습니다.

흡사 초대도 받지 못한 여배우가 요란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 위에 오른 것과 다를 게 없었지요.

2021년 3월 쌍용자동차. 경영난 탓에 벼랑 끝으로 몰렸던 이들도 똑같은 일을 겪고 있습니다.

상장폐지 우려와 함께 법정관리를 목전에 둔 쌍용차를 국내 중소 전기차 업체가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우선협상대상자가 막판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이, 이들이 나선 것인데요.

매출 800억 규모의 이 전기차 업체가 매출 3조 원의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역시나 이들도 인수 여력이나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를 모아 인수하겠다는 뜬구름만 내세우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 이들이 밝힌 쌍용차 회생 전략조차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겁 없이 내뱉었던, “무쏘와 체어맨을 재생산하겠다”라는 발언 자체가 쌍용차에 대한 무지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입니다.

쌍용차는 이미 오래전, 무쏘와 코란도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와 차체 제작 금형을 러시아에 매각한 상태거든요.

현재 쌍용차 임직원의 급여는 반 토막이 났습니다. 어느 자동차 제조사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고 절박한 봄을 맞고 있습니다. 이들의 절박함을 틈타 자기 회사 이름이나 알려보겠다는 심보라면 당장 그만두는 게 맞습니다.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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