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국내 최고부자도 신용대출자 만드는 한국의 상속세 사정

입력 2021-03-19 16:51 수정 2021-03-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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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22조, 상속세는 13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10월 25일 별세하면서 22조 원대 유산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에 따른 상속세는 약 13조 원. 6년간 나눠 내는 제도를 활용해도 올해 내야 하는 상속세만 2조 원이 넘습니다.

아무리 국내 최고 부자여도 13조 원이란 세금은 큰 부담인가 봅니다. 당연히 서민들에겐 저 세상 이야기죠. 삼성가 유족들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수천 억 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받기로 했답니다. 주식담보 대출은 증권사들 여력 부족으로 녹록지 않았고, 그렇다고 경영권 방어 때문에 지분을 팔 수도 없고, 약 2~3조 원 대로 추산되는 동·서양 미술품 콜렉션, 이른바 ‘이건희 콜렉션’을 팔자니 문화유산이 국외로 유출될 수 있어 내놓은 고육지책인 것 같습니다.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습니다. 여기에 기업승계 시 주식 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20% 할증)를 적용하면 최고세율이 60%가 돼 사실상 가장 높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1950년에 처음 상속세법이 제정됐는데, 당시 최고세율은 90%였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후 모든 국민의 소득과 재산을 일일이 파악할 길이 없어서 상속 시점에 한꺼번에 세금을 부과한 것이죠. 이후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상속세율은 1997년에 45%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양극화가 사회문제 시 되자 2000년 김대중 정권 때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다시 뛰었습니다. 그 사이 선진국들은 상속세를 없애거나 공제 한도를 높여 세 부담을 줄였는데, 우리나라는 부의 세습을 차단하겠다며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세율을 적용한 것이지요.

일부 국가는 폐지한 상속세...일본 따라 징벌적으로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일본이 기원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본은 상속세가 제정된 지 올해로 116년이 됐습니다. 1905년 러·일전쟁 군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요.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군총사령부(GHQ)의 권고에 따라 근본적으로 손질됐습니다. 재벌 등 일부 부유층에 부가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해 한국과 같은 시기인 1950년 최고세율을 90%로 올렸죠. 이후 유산이 장남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수정을 하면서 상속세 최고세율은 75%(1953년)로 낮아졌고, 1988년에는 70%로, 2003년에는 50%로 단계적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세법 개정과 함께 현재의 55%로 인상됐습니다.

이 상속세가 모든 나라에 있는 건 아닙니다. 캐나다와 호주는 1970년대에 폐지됐고, 뉴질랜드는 1992년에, 스웨덴은 2004년에 각각 상속세를 없앴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중국에 상속세 제도가 없습니다. 부유층을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일부는 정치적 문제나 미비한 조세제도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국민 부자 만든 부동산 정책 아이러니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상속세가 ‘부자세’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상속세를 낸다고 하면 ‘부자’ 소리를 들었었죠. 2000년 상속세 납부자는 1389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중산층에게까지 상속세가 부과됩니다. 현재의 경제 규모와 물가상승률 등 상황을 따져보면 그다지 부자도 아닌데 말이죠. 예를 들어 최근 발표된 공시가를 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19% 넘게 오른답니다. 이로 인해 1가구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21만5000호 이상 늘어난다고 해요. 공시가가 오르면 내야 할 보유세 부담도 커지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별다른 수입 없이 9억 원 이상 아파트 한 채 갖고 있는 고령자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조기 상속을 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여윳돈이 있으면 모를까, 상속 받는 자녀들도 난감하죠. 갑자기 억대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니까요. 납세를 위해 대출을 받거나, 이마저도 여유치 않으면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부의 세습을 차단하겠다고 만든 상속세가 오히려 일반 서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격입니다.

정의 요소, 부의 요소 적절히 따져 현실 반영해야

상속세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부가 일부 부유층에 집중되면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 구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모든 국민이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편중된 자산 분포를 수정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입니다. 또 상속세는 나라의 귀중한 재원이며, 자산의 재분배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의 요소도 적지 않습니다. 먼저,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에 큰 문제가 됩니다. 복수의 상속인에게 가업 승계를 위해 필요한 회사의 자산이 분산되고, 일부 자산 매각은 사업의 계속을 단념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또 자산을 가진 우수한 인재가 상속세 때문에 해외로 유출될 수도 있고, 자산의 해외 이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현 정부의 부자 잡는 정책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탓’이라고 해야 할까요? 서민들의 부의 사다리인 부동산 가격이 전국적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부의 고른 분배, 이 정도면 된 것 아닌가요? 이웃나라 조세제도를 따라하기보다는 현 실정에 맞는 세제 개정이 시급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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