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입력 2021-03-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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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지난해부터 자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누적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처음에 ‘사장님’들은 어렵지만 버티겠다면서 웃었다. 모아둔 돈도 있고, 나라에서 신속하게 지원해준 대출금도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지난해 추석에 만났던 한 전통시장 상인은 요새 다시 만나 근황을 물으니 허탈하게 웃으면서 “모아둔 돈 까먹으면서 버티는 거죠”라고 답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영업금지·제한 등 방역 조치가 강화되자 사장님들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늘 눈물을 채 닦지도 않은 채 “죄송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듣다 보면 충분히 울 만한 상황이라 울컥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울었다. 1년 만에 빚만 1억5000만 원이 쌓였다는 한 카페 사장님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피해 사실을 밝히다 눈물을 보였다. 새빨갛게 얼어붙은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던 그는 “금융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말로 발언을 마치고 한참을 사람들 뒤에 숨어서 계속 울었다.

수도권 거리두기 조치를 하향 조정해 영업시간 제한을 한 시간 연장했던 날 저녁, 현장에서 만난 한 가게 사장님은 “이거(한 시간 연장) 가지고 되겠냐”며 손님이 아무도 없는 가게 안을 한참 말없이 둘러봤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식당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손실보상제를 법제화한단 소식에 눈물이 잦아들겠지 싶었지만, 자영업자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정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PC방 사장님은 “아무도 소급적용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소급적용을 호소하다 몇 번이고 말을 멈췄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눈물로 호소하는 건 정부의 방역 조치를 따른 데 대한 정당한 보상과 영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거리두기 단계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역 수칙을 만들어 미래의 어려움을 줄이고, 대출 확대 등 금융 지원을 통해 숨통을 틔워 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손실보상제 법제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까지 그럴싸한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 왜 아직도 사장님들은 울고 있을까?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고, 어떤 의견도 반영되지 않아서다.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은 힘들다고 하고, 새 거리두기 단계는 도입 시기가 미정이다. 사장님들은 여전히 곳곳에서 눈물의 호소를 이어가고 있다. 이쯤 되니 정말 눈물을 멈추겠단 건지, 아니면 눈물을 쪽 빼 말려 버리겠단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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