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클럽하우스 아류들의 과제

입력 2021-03-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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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말부터 ‘클럽하우스’라는 폐쇄형 오디오 대화방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만들어낸 새로운 유형의 소셜미디어다. 오디오 전용이기 때문에 운전이나 요리 등 다른 일을 하면서 참여할 수 있고, 유명인과 한 방에서 육성으로 말을 섞을 수 있다는 점이 기존 활자형 소셜미디어와 차별되는 점이다.

작년에 만들어진 클럽하우스가 이처럼 단기간에 큰 화제를 불러온 비결은 폐쇄성에 있다. 클럽하우스 앱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애플 기기에서만 다운로드 할 수 있고, 초대를 받아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초대권은 1인당 2개로 제한되지만, 하우스 내 영향력에 따라선 추가로 주어지기도 한다. 아무리 클럽하우스를 들여다보고 싶어도 애플 기기 사용자가 아니거나 초대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겐 그저 넘사벽인 셈이다.

하지만 넘사벽을 깨고 클럽하우스에 입성하더라도 많은 참가자는 또 다른 좌절을 경험한다. 이 안의 계층 구조 때문이다. 잘 나가는 기업 경영인, 연예인, 인플루언서처럼 일찌감치 입성한 사람들이 상위 계급을 선점하고 있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모처럼 들어간 방이라도 발언권이 있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이 또 나뉜다는 것. 우리같이 수줍음 많은 민족은 언어의 장벽 문제도 있지만, 나대기 좋아하는 서구인들 사이에서 ‘유구무언’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이처럼 클럽하우스라는 자발적 계급사회는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주류가 돼야 한다는 강박감을 먹고 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류에 편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자극해 유명인을 끌어들이고, 또 이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미끼로 일반인을 유치해 자발적 계급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 중고마켓에서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거래하는 행위는 그 씁쓸한 단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클럽하우스의 폐쇄성과 계급주의는 그동안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며 주류로 자리매김한 IT 거물들의 자존심에도 흠집을 낸 모양이다. 소셜미디어의 대명사인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부랴부랴 클럽하우스와 같은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한다. ‘후발주자’라는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대기업들이 뛰어든다는 건 그만큼 장래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트위터는 4월부터 ‘트위터 스페이시스’를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시스는 클럽하우스의 대항마로, 이미 안드로이드 OS용 베타 버전을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작년 12월에 테스트 사실을 발표했는데, 불과 4개월여 만에 출시한다고 하니 엄청나게 빠른 진전이 아닐 수 없다.

클럽하우스가 아이폰 유저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스페이시스는 더 범용적인 안드로이드 유저들을 타깃으로 한다. 또 스페이시스 내에서 직접 트윗도 가능하게 하되 공개 타임라인에는 노출하지 않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페이스북도 ‘파이어사이드’라는 대화형 팟캐스트 앱을 만든다. 라이브 방송에 손을 들고 대화에 참여하는 방식은 클럽하우스와 비슷하지만, 여기에 녹음 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등장으로 젊은 층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경쟁자까지 등장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손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문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안고 있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일을 벌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혐오·폭력 조장, 가짜뉴스 확산 통로, 미디어가 아니라면서 미디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클럽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언어 폭력과 사기, 개인정보 및 저작권 문제가 고스란히 더해질 수 있다.

클럽하우스의 장기적 사업성에 대해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이 진정되고 비대면이 해제될 경우 이런 종류의 플랫폼 이용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트위터 스페이시스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트위터의 다양한 대중적 서비스를 결합해 팬 기반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런 대중성이 폐쇄성과 만났을 때의 파급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N번방 사태’와 ‘불법 리딩방’ 같은 신종 범죄의 클럽하우스가 될 수도 있음이다. 후발주자들은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받지 못한 이들의 분풀이 장이 되지 않도록 안전망과 감시 기능을 철저히 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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