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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이 점이 되는 공간

입력 2021-03-09 05:00

문수빈 금융부 기자

때로는 상대방을 만나는 장소가 그 사람을 말해 주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민부터 고층 빌딩에서 일하는 대기업 임원까지 만나면서 느낀 바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손가락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추위 속에 있었고, 고층에서 만난 사람들은 외투를 벗어도 땀날 만큼 더운 사무실에 있었다.

금융감독원과 여러 은행의 본점, 증권사 등이 있는 금융 중심지 여의도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초 914억 원이 환매 지연된 IBK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의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 시위도 그중 하나다.

대책위가 시위를 한 날은 유독 추운 날이었다. 급한 대로 가방에 굴러다니는 종이를 모아 깔고 앉아 노트북을 켰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책위의 말을 받아 친 지 몇 분 만에 손가락은 굳어서 잘 움직여지질 않았다.

시위에 참여해 발언하는 피해자들 역시 마이크를 쥔 손과 내놓은 귀가 새빨갛게 변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시위를 이어나갔다. 초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할 수 있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일반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건 한정됐기 때문이다. 살이 에일 듯한 날씨에도 대책위는 “PB들이 위험성 높은 사모펀드인지도 설명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금감원은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의 징계 수위를 기존 중징계에서 주의적 경고 상당으로 경감했다.

한 금융사 임원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한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로 따뜻한 사무실에선 여의도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은 점으로 보였다. 그는 우리 금융 시장의 미래를 얘기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길에서 본 시위대의 굳은 표정과 대비됐다. 높은 곳에 있으면 사람은 사람이 아닌 점으로 보인다. 금감원과 금융사가 피해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사모펀드와 관련 결정을 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높은 곳에서 내린 판단은 저 밑에 있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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