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문어발 본능' 부활했나?

입력 2008-12-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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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ㆍ도너츠ㆍ학원사업 등 中企영역 침해 심각

'수익성 개선'과 '사업다각화' 명목으로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영역 침해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경기침체 속에 기존 사업영역의 수익성 악화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가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개척한 분야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비난이 목소리가 크다.

특히 대기업들의 막대한 자금력과 브랜드를 앞세운 공세 속에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악전고투가 이어지고 있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잠잠하던 '대기업 문어발 확장'이 다시 불붙고 있다.

◆中企 사업영업 침해 급증

IMF 사태 이후 잠잠하던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은 지난 2006년 말 중소기업 고유업종지정 제도 폐지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형 업종으로 적합한 사업영역의 경우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금지한 제도다. 하지만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순차적으로 고유업종 지정이 풀려 256개 업종 모두가 해제됐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이 사업영역을 침해했다고 판단되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단어 그대로 '조정' 수준이다.

중기청이 사업조정을 받아들여도 2년의 조정기간이 끝나면 다시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등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많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조정기간 2년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기에 부족한만큼 최소 5년 이상으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 올해 중기청에 사업조정이 신청된 가구사업과 재생타이어, 인쇄업의 경우 수개월째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기존 중소기업은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중소기업중앙회는 고유업종지정에서 해제된 업종에 있는 중소기업 184개사를 대상으로 제도 폐지 전후 매출 변화를 조사한 결과 74.5%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고유업종제도의 폐지 후 매출이 감소한 이유로(복수응답) '대기업의 시장 참여에 따른 업체간 과당경쟁'(68.0%)과 '내수시장의 침체'(63.0%)를 꼽았다.

◆업종 불문 무차별 진출

최근 삼성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는 사무용 가구, LG전자는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그룹의 모든 소모품을 공급하는 아이마켓코리아가 사무용 가구까지 직접 공급한다고 밝히자 관련 중소기업들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시장에 삼성 브랜드를 내건 가구가 쏟아질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헬스케어 시장 역시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을 통해 선점하고 있던 분야였던 만큼 해당 업체들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한솔그룹은 자회사 한솔PNS를 통해 중견 인쇄업체를 인수하고 제지생산에 이어 인쇄업에도 진출했다.

최근 대기업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프랜차이즈업계 역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본사가 영세하다는 특성상 대기업의 시장 잠식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브랜드와 자본력을 앞세운 시장 공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FNC코오롱은 지난 2004년 스위트밀을 설립하고 스위트카페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LG패션이 100% 출자해 설립한 외식기업 LF푸드는 일본 생라멘 전문점 하꼬야를 운영중이며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농심은 서울 강남과 종로에 카레 레스토랑 코코이찌방야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데 내년 이후 프랜차이즈화를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아이서비스는 아이케어서비스로 프랜차이즈를 전개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경기한파로 신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프랜차이즈사업은 매력적"이라며 "현금 확보를 위한 최적의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반면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체는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대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종 불문은 기본이고 최소한의 상도의에도 어긋난다고 비난 받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소위 돈이 될 만한 사업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백화점 업계의 스파 운영은 그나마 양반이다. 대형 나이트클럽 지분에 투자했다가 논란이 일자 급히 회수한 대기업이 있는가 하면 입시 학원을 계열사로 거느린 국내 유수의 대기업도 있다.

초밥 장사, 도너츠 가게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터전까지 노리고 있다.

'대마불사'라는 헛된 믿음 속에 재벌들의 문어발 확장이 절정에 달할 무렵인 지난 1997년12월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눈물과 설움을 겪어야 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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