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눈물 빼는 불황기 조합아파트

입력 2008-12-18 08:57 수정 2008-12-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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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거액 추가부담금에 고의 공사 지연까지

건설경기가 최악의 침체 상황인 가운데 재개발, 재건축 등 조합 관련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불황의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전가하려는 건설사들과 이에 저항하는 조합원들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11ㆍ3 부동산대책으로 최근 재개발, 재건축 등 조합 관련 주택사업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하지만 그 서막은 시공사와 조합 간의 다툼이다.

양측의 다툼은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건설사들이 조합원 분담금을 올리려는 데서 시작된다.

문제는 그 분담금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이나 돼 당초 분담금만을 믿고 사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부천시 약대동 약대주공 재건축사업이다. 기존 46~82㎡ 1040가구를 재건축, 59~175㎡ 1634가구를 짓는 이 사업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돼 추진하는 지분제 사업이다.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을 신청하고 올 초 사업인가가 난 약대 주공은 그러나 착공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착공 지연 사태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이 730억원의 추가 공사비 발생을 언급하면서 발생했다. 최근 조합 대의원 총회에서 현대산업개발 측이 "지난 1월 맺었던 본계약과 달리 경기 악화에 따라 추가 공사비 730억원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후 철거작업이 중단됐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이 착공 지연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상가 기존 세입자들의 명도 문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이는 핑계일뿐이라며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항의방문하는 등 강도높게 저항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밝힌 730억원의 추가 공사비는 아직 언급만 돼 있는 상태이며 시공사 측은 공식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추가부담금 발생을 통보한 바는 없다.

하지만 이주가 완료됐고 주택 명도문제까지 해결된 상태에서 상가 명도를 문제삼아 철거를 중단한 것은 추가부담금 발생을 수용하라는 '무언의 협박'이라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추가 공사비 730억원을 각 세대 별로 부담할 경우 세대 당 7000만원 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거액의 추가부담금을 바로 요구하기에는 조합원 반발 등이 우려돼 공사 지연이라는 고도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동안 각종 조합사업은 '재산권 보호'라는 명목 하에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낮추고 대신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최근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사로서는 분양을 제대로 하려면 일반 분양가를 낮춰야 했고 이 때 발생하는 손실분은 결국 분담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에 전가된다.

추가부담금에 대한 반발을 막기 위해 시공사들이 사용하는 수단이 착공 지연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경기가 악화됐을 때 건설사들이 즐겨쓰는(?) 수법이다.

실제로 재개발, 재건축, 지역조합 등 조합과 시공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 조합원들에게 추가 부담금을 올리기 전 고의적인 시공 지연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H건설사가 짓고 있는 한 지역조합 아파트의 경우 최근 착공했지만 공사비용에 따른 이견이 발생하자 H건설사 관계자들이 모두 철수했다.

또 인근의 지역조합 아파트도 현재 건설사가 무허가주택 철거 문제를 이유로 공사를 중단했다.

이 지역 지역조합 관계자는 "조합사업에서 시공사들은 공사비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던 조합원 분담금이 높던 큰 상관이 없다"며 "시공사들이 일반분양가는 낮추라면서 공사비는 과다 책정해 조합원 추가부담금을 올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공사들은 일반분양이 거의 100%인, 즉 분양가 책정이 자신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자체사업에서는 여전히 고분양가, 배짱 분양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조합사업에서만 일반분양가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속보이는 짓'이라는 게 조합원들의 지적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는 낮추지 않으면서 일반분양가를 낮출 것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며 "일반 분양가를 올려 사회적 지탄을 받기보다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올리는 게 더 쉽다는 것을 시공사들이 알고 있는만큼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은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은 대단지인 경우가 많아 일반분양 물량도 상당하다. 일반분양가를 내리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져야하는데 1억원에 상당하는 큰 돈이니만큼 조합원들이 추가 지불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조합 사업장들의 대거 사업 중단 사태마저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팀장은 "원활한 분양을 위해 일반분양가를 낮춰야 하는 데다 원자재가격 인상 등 공사비 상승 요인도 많아 추가 부담금 발생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 경우 추가부담금 지불 능력이 없는 조합원들이 많은 조합은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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