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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크래커] "단톡방으로 따라와"…비대면 수업에 늘어난 '사이버 학폭'

입력 2021-03-04 17:07

#중학생 A 양은 친구들에게 남학생 B 군에 대한 '뒷담화'를 했다. 이를 알고 화가 난 B 군은 친구들을 모아 카카오톡 '단톡방'을 만들고 A 양을 초대했다. B 군 무리는 단톡방에서 A 양에게 성희롱과 욕설을 퍼부었고, A 양의 부모님에 대한 욕도 쏟아냈다. 이 행위는 한 달 동안 지속됐고, 결국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려 B 군은 처벌됐다.

최근 유명인들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연예계와 스포츠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오프라인에서가 아닌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특정인을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사이버 학교폭력'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학교폭력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이버폭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폭력 유형 중 사이버 폭력 비중은 12.3%로, 오히려 전년보다 3.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유형 중 사이버 폭력 비중은 12.3%로, 오히려 전년보다 3.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줄었지만, 사이버 폭력은 오히려 증가…떼카·카감 등 유형도 다양

교육부가 지난 1월에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전체적인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전년 대비 0.7%포인트 줄었다. 그러나 학교폭력 유형 중 사이버 폭력 비중은 12.3%로, 오히려 전년보다 3.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등교일수가 줄어들고 비대면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면서 물리적 폭력은 감소했지만 온라인상에서의 폭력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사이버 불링'이라고도 불리는 사이버 폭력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사이버상에서 특정인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사이버 폭력의 형태로는 △단체 채팅방 등에 특정인을 초대한 후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떼카' △대화방에서 나가려는 피해자를 수시로 초대하는 '카톡 감옥(카감)' △단체방에 피해자를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 혼자만 남겨두는 '방폭' △피해자를 SNS 등에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공개 저격'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사이버 학폭의 증거를 남기지 않는 유형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비방하는 '저격 글'을 올리거나 카카오톡 메신저가 아닌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익명 질문 앱 '에스크(Asked)'를 통해 특정 학생에게 집단으로 욕설을 남기거나 조롱하는 유형의 폭력도 보고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온라인 공간에서 겪는 사이버 폭력은 실제로 물리적 폭력 못지않은 충격을 준다. 심지어 피해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2018년 남자친구에게 페이스북 '이 글 안 보면 찾아간다' 등의 페이스북 메신저 협박을 받고 성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글에 시달렸던 여중생은 결국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가해 남학생은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이버 학교폭력 유형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이버 학교폭력 유형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이버 학폭, 처벌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관련 입법 논의도 지지부진

사이버 학교폭력 유형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따르면, '사이버 따돌림'은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에스크' 등 익명 어플을 사용하거나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는 저격 글의 경우엔 가해자 '특정'이 어려워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사이버 학폭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온라인상에서 분리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12월 학폭법이 개정되면서 학교폭력이 인지되면 '학급교체' 등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물리적으로 분리조치하도록 했지만, 사이버 폭력에 관해선 규정이 돼 있지 않다.

인천 소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일진 학생이 다른 아이들의 핸드폰에 자기 지문을 등록하고 이성 관계나 친구 관계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검사하고 다닌 일이 있었다"며 "당시에는 학생들이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했고, 뒤늦게 피해 사실을 파악해 처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의 한 중학교 교사도 "실제로 사이버 학폭은 요새 학폭 사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학폭 관련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 문제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 교화하는 차원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 폭력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때 국회에서도 사이버 폭력 관련 입법이 추진된 적 있지만, 현재 논의는 멈춰 있는 상황이다. 2019년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사이버 폭력 가해 학생이 스마트폰 앱과 SNS 등을 이용해 피해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접근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입법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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