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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쿠팡이 국내 증시에 남긴 숙제

입력 2021-02-22 06:00

구성헌 자본시장부 차장

지난 설 연휴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최강자이자 1호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을 가진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인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공식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여기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쿠팡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은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정부는 벤처 창업 생태계 강화 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러 언론과 전문가들이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유에 대한 여러 분석을 내놨지만 국내 증시의 진입 장벽이 1호 유니콘 기업을 미국 증시로 향하게 했다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길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대로 쿠팡의 가치가 30조~55조 원에 달한다면 이 회사가 국내 증시에 상장했을 경우 얼마나 많은 이득을 가져왔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면 저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을 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업을 국내에서 영위하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면 다른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의 증시 유입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쿠팡이 미국 증시로 간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누적 적자가 크다는 점과 함께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차등의결권 행사 등을 들 수 있다. 공교롭게도 2가지 모두 쿠팡 같은 기업이 국내 증시로 오는 것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쿠팡의 누적 적자가 4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엄격한 상장심사를 통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해 공모주 투자가 활기를 띠자 정부는 소액투자자들의 진입 허들을 낮추기 위해 소액투자자들의 청약 물량을 늘리고, 코스피 시장도 코스닥과 마찬가지로 시가총액만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국내 증시 상장으로 끌어오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차등의결권 도입 역시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번번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 개인 투자자 비중이 30%에 불과하고 국내 증시는 70%에 달하는 만큼 국내 증시는 개인 투자자 보호에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이대로 멈춰 있기에는 글로벌 증시의 경쟁은 전쟁터와 다를 바 없다.

벤처나 유니콘기업들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기업들인 만큼 이들을 국내 증시에 잡아두기 위해 다양한 제도 도입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투자 주체들이 공모주 청약 등의 수혜를 누리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많이 상장돼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기업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2중 3중의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우리 자본시장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와 정책 당국이 머리를 맞댈 때 쿠팡과 같은 우수한 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기업도 국내 증시로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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