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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풍경] 고행(苦行)의 역설

입력 2021-01-12 17:49 수정 2021-01-12 17:53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선생님, 저요… 어제도 손목을 그었어요….”

뽀얗고 맑은 피부의 손목은 칼로 그은 흉터로 울긋불긋하다.

“저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중학교 때 괴롭힘당했던 일이 떠올라서요. 근데, 손목을 그으니까 신기하게도 그런 기억에서 벗어나는 거 있죠.”

“그랬군요. 자,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왕따당했던 기억을 떠올려 봐요. 마음이 어때요?”

“너무 아파요… 그때 생각하니….”

“자,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서 같이 저를 따라 해요. 같이 고통을 해결해요.”

나는 그녀와 같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스쾃(squat)을 시행했다. 힘들어서 도중에 포기하려는 환자를 격려하고 재촉하면서 기어이 백 개를 채우게 했다. “자 지금 어떤 마음이 들어요?”

“힘들 뿐이고 머릿속이 텅 비었어요”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모처럼 티없이 웃었다.

“앞으로 괴로울 땐 자해 대신 스쾃 백 개씩 하도록 합시다. 그럼 흉터 대신 애플힙과 꿀벅지를 얻게 될 거예요.”

작년 12월부터 서울시청광장 임시진료소에서 일요일마다 코로나 검진 자원봉사를 나가고 있다. 오전 진료와 오후 진료 각각 4시간씩인데 8시간을 다 진료하기로 자원하였다. 주변에서 오전이나 오후 한 번만 하지 왜 그렇게 몸을 혹사하냐고 물었다. 숭고한 뜻이 있는 줄로 간혹 오해하곤 하는데, 사실 일부러 ‘고행’을 하러 택한 것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 진료를 하고 나면, 손은 동상 걸린 듯 얼얼하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발바닥도 아프다. 하지만 진료를 마치고 집에 갈 때 마음이 맑아지고 에너지를 얻어서 가는 듯한 상쾌한 기분을 얻게 된다. 이것이 ‘고행’의 역설이다. 새해에도 편한 길보다 힘든 길을 계속 선택해 나가야겠다. 그래야 ‘침대 속이 낙원 같다’는 깨달음과 환희를 계속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요즘 그녀는 매일 스쾃을 하고 심지어 팔굽혀펴기도 추가하였다고 한다. “돌길을 걸어 본 사람만이 모래밭의 부드러움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라고 말하며 그녀는 한층 안정된 미소를 지었다.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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