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생활고로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들 ‘희망은 있다’

입력 2021-0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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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우울감 2년새 급증…"아이들 지키려 한 것 알아줘 눈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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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영(가명) 씨는 얼마 전 ‘그만 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과 3명의 자녀를 보살피면서 부지런히 일했지만 가게 월세와 집 대출금이 연체됐다. 수입이 넉넉지 않아 자녀들에게 끼니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추가대출을 알아보려고 여러 기관에 연락했지만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카드론도 한도가 초과해 심적 부담감이 높았다. 그러나 채 씨는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의 도움을 받아 다시 삶의 희망을 붙잡았다. 서울형 긴급복지 제도를 통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서울 중랑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진호(가명) 씨는 불어나는 빚을 더는 감당할 수 없었다.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함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나 하나만 없어지면 편하겠지.’ 마지막으로 얘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건 이 씨는 통화가 끝난 후 맘을 다잡았다. 이 씨는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소상공인 대출 등 자신의 울타리가 돼 줄 각종 지원제도를 안내받았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2020년 1~9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는 9755명(추정치)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8명 감소했다. 그러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은 2018년 4.7%에서 2020년 9월 13.8%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사회 전반에서 우울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평범한 직장인까지 생활고로 내몰았다. 경제적인 문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11월 휴직 상태였던 국내 항공사 승무원의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려운 상황에도 위기를 극복할 길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시의 긴급복지 제도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촘촘한 지원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 상담을 받은 사람들 가운에 위기를 극복하고 삶의 의지를 되찾은 경우가 많다”며 “심리 상담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관련 제도를 안내한다”고 말했다.

채 씨는 “직접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자녀들을 지켜내는 책임감을 인정해 줘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을 지키려고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자살예방센터에서 처음 들었다”며 “눈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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