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희주 웨이브 정책실장 “문체부, 미디어에 대한 인사이트 없다"

입력 2021-01-08 05:00 수정 2021-04-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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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죽으면 콘텐츠 제작사들 결국 넷플릭스 하도급 업체로 전락"

▲이희주 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희주 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콘텐츠 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극장과 공연장은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비대면 콘텐츠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호황을 맞았다. OTT를 ‘코로나가 키운 산업’이라 정의할 수 있을 만큼 지난해 OTT 시장의 성장은 눈부셨다.

OTT 산업이 폭발적으로 크면서 전에는 고민할 필요도 없던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OTT 콘텐츠에 부과되는 음악 저작권료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OTT 콘텐츠에 부과할 음악저작권료율을 1.5%로 확정했다. 이에 OTT 업계는 반발해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나선 상황이다.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웨이브 사옥에서 만난 이희주(51) 웨이브 정책실장은 문체부의 결정을 두고 “미디어 산업에 대한 현실 인식 부재를 나타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OTT음대협)의 참여사인 웨이브에서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그를 만나 OTT 시장의 현주소와 향후 대응, 웨이브의 발전 방향 등을 들어봤다.

“문체부, 미디어 산업에 대한 이해 없다”

문체부가 결정을 내리기 전 저작권법은 공연이나 방송 등에서 대중가요나 연주곡 등을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 경우 음저협에 일정 비율의 저작권료를 지급하게 돼 있었다. 신산업인 OTT는 기존 징수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음악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신탁관리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OTT 사업자에게도 음원 저작권료를 부과할 기준을 담은 개정안을 문체부에 제출했다. 음저협은 관련 매출의 2.5%를 주장했고, OTT 측은 기존 VOD 징수규정을 근거로 0.625%를 제안했다. 결국, 문체부는 요율을 1.5%로 확정하고, 연차계수에 따라 상향해 2026년 이후에는 1.9995%를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OTT음대협은 즉각 행정소송 검토에 착수했다. 웨이브, 티빙, 왓챠, 롯데컬처웍스, 카카오페이지 등 5개 업체로 구성된 OTT음대협은 현재 OTT 사업자들이 방송과 전송을 동시에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OTT 업계가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에 적용하는 0.625%를 적정 요율이라고 본 이유다.

이희주 실장은 문체부의 이번 결정은 OTT 플랫폼을 고사하게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동시에 현재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의 공세로 전시상태인데도 문체부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체부는 미디어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이해)가 없다”라며 “플랫폼이 살아야 콘텐츠 산업도 산다”고 말했다. 즉, 높은 비율로 음악저작권료율이 부과되면 OTT 플랫폼의 성장에 발목이 잡히고, 플랫폼이 힘들어지면 콘텐츠 산업도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이 실장은 음악저작권료율이 오르면 이를 기점으로 다른 저작권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에서도 나서서 저작권료가 동반상승할 수 있다”며 “OTT 플랫폼은 그러면 클 수 없다”고 했다.

행정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을 낙관하지만은 않고 있다.

그는 “정부 부처를 상대로 소송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희주 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무실에서 현 미디어 시장의 구도를 설명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희주 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무실에서 현 미디어 시장의 구도를 설명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韓 영화 제작사들, 넷플릭스 하청 업체로 전락해도 되나”

이 실장은 지상파, 케이블 등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규제를 OTT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거꾸로 OTT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현 미디어 시장을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미디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미다.

이 실장은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 간 영역 싸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 국회 등이 한국의 미디어 주권 상실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는지 그 여부”라며 “이는 OTT 법제화의 출발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정확한 현실 인식하에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OTT 법제화는 과기부, 문체부, 방통위 등 각 정부 부처에서 흩어져 진행되고 있다. 이 실장은 법제화가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했다. 표면적으로 OTT 산업을 정의하는 등 규제 내용이 없더라도 향후 그 법이 바탕이 돼 목을 조를 수 있어서다. 웨이브 출범 전 ‘푹(POOQ)’으로 서비스되던 2019년 2월 OTT를 유료방송 규제에 포함하겠다는 ‘통합방송법’ 추진에 앞장서서 반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더해 디즈니플러스도 올해 한국 진출을 확정하면서 토종 OTT가 받는 압박 수위는 더 높아졌다.

이 실장은 “디즈니플러스가 진출하면 넷플릭스에 대한 견제 역할도 할 수 있지만, 토종 OTT 시장은 전반적으로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현지화했듯 디즈니플러스도 현지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국 콘텐츠 산업은 일시적인 호황기를 누릴 수 있다. 이 실장은 ‘일시적’이라는 데 방점을 찍어 말했다.

그는 “플랫폼이 많아지면 단기적으로 제작사들이 호황을 누리겠지만, 글로벌 OTT 중심으로 미디어 플랫폼이 재편되면 장기적으로 그들의 하도급 업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디어는 산업 이전에 문화”라며 “한국의 플랫폼을 지켜내는 정책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토종 OTT 간 콘텐츠 공동 투자 검토

2019년 9월 출범한 웨이브는 현재 영화 6000여 편을 포함해 25만 편의 영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가입자는 지난해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 중 유료 가입자는 비중은 20%를 웃돈다.

웨이브는 SKT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가 세운 콘텐츠연합플랫폼의 푹(POOQ)이 통합해 만들어진 만큼 지상파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영화, 일본 드라마, 중국 드라마 등 해외시리즈에 더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실장은 “‘웨이브는 지상파 프로그램 보는 곳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아직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중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 웨이브를 구독하는 사람 등 다양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주년 간담회에서 웨이브는 2020년에 15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웨이브는 드라마 ‘SF8(에스에프에잇)’, 예능 ‘어바웃 타임’ 등을 선보이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

올해 웨이브는 ‘SF8(에스에프에잇)’처럼 지상파 편성 이전에 웨이브 플랫폼에 선공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동시에 웨이브에서만 독점 공개하는 콘텐츠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여러 국제 영화제를 온라인 상영한 것처럼 올해도 영화제들과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해외 진출에도 다시 속도를 내 동남아 시장에서 성과도 낼 계획이다.

이 실장은 토종 OTT 간 협력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11월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웨이브에서 제공했던 것처럼 올해도 이 같은 동맹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 실장은 콘텐츠 제작에 토종 OTT가 공동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글로벌 OTT에 대항하는 의미로 대형 콘텐츠를 공동 투자로 만드는 데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OTT 시장이 꽃 피우기도 전에 고사하지 않도록 저작권 이슈, 법안 문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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