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RCEP 체결과 미국의 아시아 정책

입력 2020-11-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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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11월 15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되었다. RCEP가 포괄하는 지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다는 점이 이번 협정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RCEP 체결의 효과를 살펴보면, 우선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교역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나 미국·멕시코· 캐나다 협정(USMCA)보다 개방 수준은 낮지만 역내 경제주체들이 함께 경제통합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도 중요하다. RCEP가 단순한 관세 철폐가 아닌, 상품·서비스·투자 시장 개방과 디지털 무역 등 포괄적 경제협력을 다뤘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다.

둘째, 역내 무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참여국들의 밸류체인이 최근 몇 년간 역외로 확대되고 있었는데, RCEP 체결로 인해 다시 역내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RCEP가 기존의 FTA를 업데이트 또는 업그레이드하는 효과와 함께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원산지 기준을 단순화시켜 우리 기업이 이를 활용하기 쉽게 해준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셋째, 아세안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신남방정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RCEP의 경제적 효과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가 잘하고 있는 곳에 기회가 있고 못하는 곳에 약점이 존재한다. 우리 입장에서 현재 무역 및 서비스 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 또는 투자 확대가 유망한 국가에서 이익이 확대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아세안 시장에 기회가 존재한다.

RCEP가 역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점도 있다. RCEP의 문제는 미·중 갈등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는 등 중국 이외의 아시아 외교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었다. 반면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Pivot to Asia)에 비추어 볼 때, 바이든 당선인은 다시 아시아로 외교 중심의 축을 이동시킬 가능성이 크다. 중국 입장에서는 다음 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로 돌아오기 전에 RCEP 체결을 통해 선수를 치겠다는 전략적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RCEP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이 아시아로 재편되는 것을 미국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타임(TIME)지 등 일각에서는 이번 RCEP 타결이 미국의 ‘의문의 1패’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RCEP 체결을 주도한 국가가 중국이냐 아세안이냐를 놓고 말이 많다. 사실 RCEP 체결을 누가 주도했는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닐지 모른다. ‘주도한다’라는 것도 말 그대로 정태적 개념이 아닌 동태적 개념이다. 따라서 협상 체결 과정에서 누가 주도했느냐보다 향후 RCEP에 누가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 현재 15개 RCEP 참여국 GDP 규모는 26.3조 달러인데 이 중 중국의 비중은 무려 56.5%로 14.86조 달러에 달한다. 그다음으로 일본이 4.9조 달러로 18.7%, 아세안 10개국이 총 3.4조 달러로 13.0%, 우리가 1.6조 달러로 6%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역내 최대 시장으로서 중국이 중심 역할을 한다면 RCEP는 중국 주도의 체제가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 정부는 ‘중국 도전의 요소(the Elements of the China Challenge)’라는 새로운 대중국 전략 보고서를 내놓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보고서는 1947년 조지 케넌(George Kennan)이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게재한 ‘소련 행동의 원천(the Sources of Soviet Conduct)’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케넌의 보고서가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containment)의 근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의 대중 행보를 읽을 수 있다.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케넌의 보고서가 이후 마셜플랜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발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항해 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경제사업과 함께 집단 방위 기구를 설립하려는 것일까.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 지역에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4자 안보 대화인 쿼드(Quad)를 제안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 봉쇄를 위해 EPN과 쿼드를 활용할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한 가지 단서는 16일 바이든의 델라웨어 연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연설에서 새 정부의 통상 관련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국내 투자를 통한 미국 제조업 부흥, 노동과 환경정책을 중시하는 통상교섭, 제재 관세와 같은 징벌적 수단의 비활용이 그것이다. 적어도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사업을 아시아에서 벌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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