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입력 2020-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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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경제부장

2016년 미국의 제45대 대선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호기롭게 대권에 도전한 정치 신인이자 돈만 밝히던 사업가인 도널드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치 엘리트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덜컥 당선이 된 그때.

그리고 4년 만에 또 돌아온 미국 대선. 우리는 지금 그때를 능가하는 더 큰 불확실성을 걱정하고 있다. 그때와 같은 이변이 재연될까 봐, 그리고 앞으로 4년 동안에 지난 4년을 능가하는 더 큰 불확실성이 세계를 뒤덮을까 봐.

세계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의 승리를 고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트럼프가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을 전례 없는 호황으로 물들이고, 미국을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위대한’ 나라로 다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미국은 물론 세계를 분열시켰다는 데에 이견이 없어서다.

이는 최근 갤럽조사에도 잘 나타난다. 이 조사에서 “4년 전보다 생활 수준이 향상됐다”는 응답률은 56%에 달했다. 이는 1984년 재선에 도전했던 로널드 레이건(44%), 2004년 조지 W. 부시(47%), 2012년 버락 오바마(45%)에 대한 비슷한 답변율을 웃돈다. 이들 세 대통령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트럼프를 종합적으로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50%를 웃돈 적은 4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오캄의 면도칼(사물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은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설)’로 설명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럼프의 정책 성과에 대해선 바람직하게 여기지만, 대통령으로서 해온 행동은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지지’로 돌아선 사람들은 진심으로 바이든을 지지해서가 아닐 것이다. 단지 ‘트럼프가 싫어서’, ‘트럼프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만 바꿀 수 있다면 실오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 실오라기가 바로 바이든인 것이다.

바이든은 올해 8월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그랬다. “나는 어둠이 아니라 빛과 파트너가 되겠다.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단결해 미국을 덮는 이 어둠의 시기를 함께 극복할 것”이라고.

이는 분열의 아이콘이 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미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정권 때의 트라우마를 자극한 것이기도 하다.

2004년 치러진 제43대 대선은 미국인들에게 이번 대선만큼이나 중대 기로였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내분이 심각했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했고, 결국 민심은 둘로 쪼개졌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재선에 도전하는 부시에 맞서 존 케리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으나 결과는 28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부시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바이든은 그때 부시의 재선을 막지 못한 게 한이 됐다. 그는 당파심이 주 당국과 주 당국을, 정당과 정당을, 시민과 시민의 결속을 끊는 것이라고 여겼다. 특히 미국인 사이에 만연한 테러에 대한 두려움, 미래와 직업, 자녀를 보호할 능력에 대한 불안감, 더 나아가 부시와 딕 체니 콤비의 실책 탓에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역대 최악의 외톨이가 됐다는 게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대선의 최종 레이스까지 오르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2008년에는 당내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밀렸고, 2015년 큰 아들 보를 뇌종양으로 떠나 보낸 슬픔에 2016년 대선에는 출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하에 미국의 분열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여든을 바라보는 노장 바이든의 전의가 깨어났다. 그는 10여 년 전 낸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Promises to Keep:On Life and Politics)’에서 이미 다짐했다. 세계의 희망으로, 더 밝은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미국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더는 미국민의 입에서 “우리 괜찮을까요?”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이제 운명의 시간이 왔다. 세계는 바이든에게 묻는다. “당신이 이기면 우리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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