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역대급 대인배

입력 2020-10-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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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언어는 변화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새로운 말을 두루 쓰면 생명력을 얻지만(신어·新語), 표준어라고 해도 더 이상 사용하는 이들이 없으면 생명력을 잃게 된다(사어·死語).

그런데 신어 중 언어학자들 간 의견이 분분해 표준어로서 인정받는 데 논란이 되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역대급’이다.

우리는 보통 일상에서 역대급을 ‘최고 수준’이라는 의미로 쓴다. 그런데 역대란 ‘역대 대통령’ ‘역대 전적’과 같이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또는 그동안을 뜻하는 말이다. 또, 급은 명사로서 ‘태권도 3급’ ‘과장급’ 등과 같이 등급이나 직급의 뜻이 있고, 접사로서 ‘재벌급’ ‘국보급’처럼 ‘그에 준하는’이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역대 뒤에 급을 붙이면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의 등급’ 혹은 ‘그동안에 준하는’이라는 뜻이 된다. 조어법상 문제는 없지만, 의미상 호응관계가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역대급을 합성명사로서 ‘역대의 등급’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역대급과 마찬가지로 대인배(大人輩)도 어색한 표현이다. 흔히 소인배(小人輩)의 반대 개념으로 대인배라는 말을 쓰지만 이 역시 비표준어이다. 소인배란 마음 씀씀이가 좁고 간사한 사람들이나 그 무리를 뜻한다. 조어 과정을 살펴보자. 소인(小人)은 나이가 어린 사람, 혹은 몸집이나 키가 작은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의 상대어로 대인(大人)은 맞다. 대인군자(大人君子)의 줄임말인 대인은 말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으며 덕이 높은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소인 뒤에 ‘-배’를 붙인 소인배의 상대어로 대인배는 어색하다. 접사 ‘-배’의 쓰임과 의미 때문이다. 소인배처럼 ‘무리를 이루는 사람’이라는 뜻의 ‘-배’는 보통 불량배, 폭력배, 시정잡배 등과 같이 부정적인 일을 행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뜻할 때 쓰인다. 따라서 대인 뒤에 ‘-배’를 붙인 대인배는 의미상 맞지 않다. 국립국어원 역시 대인배는 ‘-배’의 일반적인 쓰임으로 봤을 때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신어인 ‘역대급’ ‘대인배’가 의미론적 조어법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언어는 변화한다. 비표준어인 이들 단어가 오랜 기간 꾸준히 쓰여 표준국어대사전에 당당하게 등재될지, 사라지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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