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인물] 김현아 "코로나 시대 주택정책, 집값 벗어나 '주거복지' 큰그림 그려야"

입력 2020-10-2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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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ㆍ교육 양극화 더 심해져…모든 계층이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복지'에 초점 맞춰야"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일산에 위치한 '다시작 도시연구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위원은 "집값에만 집착하는 주택 정책보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주거 복지’라는 큰 그림을 그릴 때"라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일산에 위치한 '다시작 도시연구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위원은 "집값에만 집착하는 주택 정책보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주거 복지’라는 큰 그림을 그릴 때"라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보육과 교육의 양극화가 여실히 드러났다. 주택 정책도 이제 누구나, 어디 살든, 어떤 계층이든 안전한 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간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집값에만 집착하는 주택 정책보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주거 복지’라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엄마가 외출한 사이 집에서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일어난 화재로 중상을 입은 ‘라면 형제’. 그 8살 동생이 결국 22일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여기에 엄마의 방임이 더해진 결과다.

최근 기자는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다시작 도시연구소'에서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만났다. 다시작 도시연구소는 김 위원이 지난 4·15 총선 당시 선거사무실로 쓰던 곳으로, 얼마 전 도시재생전략포럼 산하 연구소로 새 출발했다. 그는 이 연구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위원은 인터뷰 내내 주거복지를 강조하며 "누구든 쾌적한 공간을 누리고, 공유 서재, 공유 오피스, 공유 카페 등을 싼 값에 혹은 무료로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부모가 없어도 커뮤니티 공간에서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고밀도 개발은 시대 역행...신축 아파트 전세 고공행진할 것"
김 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주거복지 측면에서 3기 신도시 개발 방향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주거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사실 코로나 사태 전 집은 그냥 숙박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쾌적한 환경, 학업이나 근무를 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 확보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하지만 3기 신도시 조성은 공급하기 좋은 쉬운 땅에 주택을 짓는 양적 공급 확대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용적룔을 높여 퀄리티가 낮은 신도시로 개발하는 건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은 정부가 젊은층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을 진화하기 위해 발표한 사전청약제도 꼼수라고 날을 세웠다. 신도시 입주가 현 정권에선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집값 진정과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3기 신도시 개발 방안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수요가 그 주변으로 밀려들어가는데 이게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과 맞물려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고 있지 않나"라며 "정부가 전세시장에서도 가수요를 만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은 새로운 신도시 개발만 추구하기보다 경기도 일산과 분당과 같은 1기 신도시의 구축 주택을 지속 가능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새 환경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아파트값 전망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등으로 경기가 위축된 데다 규제까지 산적해 시장이 자생적으로 추가 상승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전세시장에 대해선 "신규 입주 아파트 전셋값은 사상 최고치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도 새 아파트 전세수요가 많은데 가격이 높아지고 물건이 워낙 없어 품귀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순수 전세는 사라질 것"
우리나라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는 지난 1995년 이후 줄기 시작했다. 집값이 싼 지방이 훨씬 더 빨리 줄기 시작했고, 집값이 높은 수도권은 그나마 소멸 속도가 느리다. 집값이 오르는 곳에선 구매 전환 욕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에선 전세제도가 메리트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갭투자가 줄고 있어 집주인들이 전세를 끼고 세를 놓은 유인은 많이 줄었지만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다. 집주인들이 월세로 완전히 돌리기보다 추가적인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전월세 시장에서 순수월세는 없다. 미국은 보증금 없이 두 달치 월세만 내고 살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보증부 월세'다. 그는 "우리는 보통 30개월치 월세가 보증금으로 들어가 있다. 전세는 소멸한다기보다 순수 전세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정부 주택정책은 '임상실험 없는 백신'...표준임대료제는 '파국 초래'
그는 지난 3년간 줄기차게 쏟아진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을 두고 '임상실험을 생략한 독감 백신'에 비유했다. 임상실험을 생략한 백신의 부작용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라고 했다.

"독감 백신 투여는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지만 주택 정책 백신은 일방적으로 쏟아부어 얼마나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왔나. 드러나지 않지만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6·17 대책 이후 크게 오른 서울 집값에 그 사이 집을 사려했던 사람은 주택 마련을 포기해야 했다. 6억 원이던 집이 7억 원이 됐을 때 이를 노리던 서민의 좌절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세금이 뛴 사람도 역시 피해자이고, 너무 오른 집값과 전셋값에 주거 이동에 제약이 생긴 사람도 피해자다."

김 위원은 집값이 곳곳에서 뛰다보니 집을 갈아탈 때 비용 부담이 더 늘다보니 주거 수준이 하향 이동하지 않는 한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다고 한탄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표준임대료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파국으로 가는 것'이라는 직격탄이 나왔다. 표준임대료는 지자체별로 지역 물가와 경제 사정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를 고시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의 대선 주거공약 중 하나이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 시절 내놓은 정책 패키지 속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사실상 도입이 예정된 정책이었다.

김 위원은 "아파트는 동, 층, 라인마다 모두 편익이 다르고 이는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도로가 가까워 소음이 있다면 이 역시 가격에 적용된다. 시장에서도 이를 수용한다. 통제가 불가능한 것을 통제하려고 들면 반작용이 생긴다"고 잘라 말했다. 가격을 통제받는 집주인들은 더 이상 집수리에 애쓰지 않고, 세입자들의 주거 여건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가격만 바라보는 정책은 결국 실패한다"
김 위원은 일본의 임대차시장을 예로 들었다. 일본은 2000년 이전까지 임차인 중심으로 임대차제도가 꾸려져 임대인에게 많은 제약이 있었다. 김 위원은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계약갱신을 너무 강하게 적용했고, 정당사유제로 인해 집주인이 자신이 살아야 할 사유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면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하지 못했다. 사실상 세입자는 평생 거주가 가능했다. 일부 지역에선 지가의 80%를 퇴거비로 내는 사례도 등장했다. 2000년에야 정기차가제도가 생겨 계약기간이 단축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표준임대료의 예시 국가로 꺼내는 독일의 경우 주거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이에 최근 규제가 변하고 있다고 김 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표준임대료를 시행할 경우 가격 조사와 적정성 검증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물론 시행한다고 해도 전국적 적용은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

김 위원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가격만 바라보는 정책은 결국 실패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주택정책을 잘 수립하면 가격은 결과로 나타난다는 게 김 위원의 생각이다. "과정을 바꿔야 결과가 달라진다. 가격은 결과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선 안된다. 결과만 뒤집으려고 한다면 혼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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