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비밀] ① “노벨상은 너무 하얗다?”…올해에도 이어진 ‘그들만의 잔치’

입력 2020-10-12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올해 5개 부문서 흑인 수상자 無…역대 수상자 중 흑인 비중 2% 미만
노벨 의학상·물리학·화학 등서 여성 수상자 ‘희박’
과학계 편견 드러내는 ‘탄광 속 카나리아’

▲콜롬비아 국립도서관 직원이 보고타에서 노벨상 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타/AP연합뉴스
▲콜롬비아 국립도서관 직원이 보고타에서 노벨상 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타/AP연합뉴스

"#Oscar_So_White(오스카는 너무 하얗다)”

2015년 아카데미상 주요 후보군에 유색인종이 단 한 명도 없자 일어난 해시태그 운동의 구절이다. 그동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 남성에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백인으로만 주요 후보군이 채워지자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불리는 노벨상도 이러한 다양성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올해에도 노벨상은 인종적, 젠더적 다양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CNN은 10일(현지시간) 경제학상 발표만 남겨 둔 올해 노벨상에서 여성 수상자는 9명 가운데 4명으로 남녀 간 격차는 줄었지만, 흑인에게는 여전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과학 분야는 흑인 볼모지

올해 수상자가 발표된 5개 부문에서 흑인에게는 단 하나의 상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는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931명의 개인과 28개의 단체가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흑인이나 흑인 관련 단체는 16명에 그쳤다. 2%가 채 안 되는 비중이었다. 특히 과학 분야는 흑인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현재까지 흑인 수상자는 평화상 부문에서 12명, 문학상 3명, 경제학상 1명이 전부다.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등 과학 부문에서는 120년 역사상 지금껏 단 한 명의 수상자도 탄생하지 못했다.

여성도 노벨상서 소외

여성도 그동안 노벨상에서 소외된 집단이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에서 여성은 57명으로 전체의 6%에 그쳤다. 다행히도 올해에는 상황이 좋아졌다. 앤드리아 게즈(물리학상),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제니퍼 다우드나(화학상), 루이즈 글릭(문학상) 등 4명의 여성 수상자가 배출된 것이다. 올해 화학상의 경우 여성 과학자 2명이 함께 수상했다. 해당 부문에서 공동수상자에 여성만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리학상을 받은 게즈는 이 부문에서 4번째 여성이었다. CNN은 “과학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의 수는 느린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인종 다양성의 관점에서는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분석했다.

백인 남성이 노벨상서 압도적 비중

작년까지만 해도 과학 분야에서의 수상 이력은 노벨상이 그동안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 확보에서 멀어져 있었다는 것을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었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은 1901년 처음 수상한 이후로 압도적으로 남성, 특히 백인 남성들에게로 돌아갔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노벨의학상은 1901년에서 2019년까지 총 219명에게 수여됐지만, 수상자 중 여성은 12명으로 약 5.5%에 그쳤다. 같은 기간 물리학 분야에서는 213명의 수상자 중에서 여성은 3명뿐으로 2%에 미치지 못했으며, 화학 분야에서 상을 받은 여성도 5명밖에 없었다. 비평가들은 이것이 ‘누가 최고의 과학을 하는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추세가 노벨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마크 짐머 코네티컷 칼리지 화학과 교수는 “인종 다양성 부족의 근본 원인은 노벨상이 아니라 사회 체계에 있다고 본다”며 “과학계 안에서의 다양성 부족 문제는 특정 계층에 대한 정보 부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과학을 접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과학 분야서 우위

인종적, 성별 편향성 이외에도 누가 노벨상을 받는가에 대한 다른 분명한 추세가 있다. 일례로 미국은 과학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경향이 있으며, 하버드대학과 같은 몇몇 미국 명문 대학들이 눈에 띈다. 어떠한 발견에 수백 또는 수천 명의 기여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노벨상은 최대 3명 만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 이 상들이 사후에 수여되지 않는다는 점 등도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닐스보어연구소의 리슬롯 야우플 연구원은 “나는 문제가 좋은 것을 압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 상들은 일반 대중에 대한 과학적 홍보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일부 한계가 있을 순 있지만, 노벨상은 많은 대중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보이도록 하고, 사람들에게 기초 연구가 사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순기능에도 노벨상이 아직도 과학계에 존재하는 편견을 드러내는 ‘탄광 속 카나리아(a canary in the coal mine)’와 같다”고 꼬집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법정상속분 ‘유류분’ 47년만에 손질 불가피…헌재, 입법 개선 명령
  • 민희진 "하이브, 사람 이렇게 담그는구나…날 살린 건 뉴진스"
  • 2024 호텔 망고빙수 가격 총 정리 [그래픽 스토리]
  • "KB금융, 홍콩 ELS 보상 비용 8630억…비용 제외 시 호실적"
  • "아일릿, 뉴진스 '이미지' 베꼈다?"…민희진 이례적 주장, 업계 판단 어떨까 [이슈크래커]
  • "마운트곡스發 매물 쏟아진다"…비트코인, 나스닥 하락·ETF 매도 겹치며 '먹구름' [Bit코인]
  • 육아휴직하면 끝?…남은 직원들 확실한 보상ㆍ배려해야 [인구절벽 정책제언 ③-1]
  • "8000원에 입장했더니 1500만 원 혜택"…프로야구 기념구 이모저모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26 12:29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410,000
    • -0.89%
    • 이더리움
    • 4,511,000
    • -1.14%
    • 비트코인 캐시
    • 683,500
    • -1.09%
    • 리플
    • 757
    • -0.79%
    • 솔라나
    • 206,100
    • -2.69%
    • 에이다
    • 680
    • -1.16%
    • 이오스
    • 1,175
    • -12.12%
    • 트론
    • 169
    • +1.81%
    • 스텔라루멘
    • 164
    • -0.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4,550
    • -3.52%
    • 체인링크
    • 21,120
    • +0.19%
    • 샌드박스
    • 664
    • -0.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