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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불평등의 신세계, 눈 앞의 팬데믹 약자는 눈 밖

입력 2020-10-06 08:46

코로나발 실직, 취약계층에 몰려
넘치는 유동성, 고소득층엔 기회
정책 사각지대 속 빈부격차 심화

저축은행 콜센터에서 일하던 김명진 씨(33·남·가명)는 지난달 예고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 콜센터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직장은 폐쇄됐다. 평소 저성과자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회사는 이 기회를 틈타 직원의 60% 가까이 정리했다. 불행히도 김 씨는 정리 대상에 포함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사회로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청년 등 약한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효율성을 앞세운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벌어진 격차는 감염병 위기에서도 격차를 만들어냈다.

이번 위기는 전 국민이 굶주림에 시달렸던 6·25, 재계 14위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5위 대우그룹까지 줄지어 무너졌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1998년)와 다르다. 그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8월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은 전년 동월보다 28만2000명 늘었으나,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31만8000명, 7만8000명 줄었다. 그나마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에 가입했다면 실업급여 등으로 소득을 보전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이조차 여의치 않다. 고용보험 가입률이 20%대에 불과해서다.

연령대별로는 20~40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대는 신규채용 연기·취소로 취업준비 상태가 길어지거나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됐다. 8월 비정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68만2000명이었는데, 이 중 24만9000명(36.5%)이 20대였다. 30대와 40대는 각각 외환·금융위기(2008년) 전후 경제활동을 시작한 세대로, 당시 취업난에 눈높이를 낮춰 비정규직·중소기업에 취업한 이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고용불안에 노출되고 있다. 비임금근로자 중에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8월 -17만2000명)가 폐업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이전에 이들이 살기 좋았던 건 아니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소득 기준 1분위(하위 20%) 가구와 5분위(상위 20%) 가구 간 소득 격차는 지난해 2분기 7.04배에서 8.42배로 확대됐다. 키오스크 도입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일자리가 줄고, 온라인거래 활성화로 오프라인 도·소매업 부진이 지속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중소기업 관계가 상호 경쟁에서 종속으로 변화한 탓이다. 영세 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의 ‘빨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경제적 불평등이 나타난 게 아니라, 기존의 불평등이 더 심해진 것”이라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디지털 뉴딜 이전에도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산업구조 변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저소득층으로 불리는 이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노동법 사각지대인 플랫폼 노동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고소득층엔 코로나19 확산이 기회가 됐다. 저금리 기조 지속에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산을 불렸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본격화한 3월 1500대까지 추락했던 코스피지수는 2400대까지 회복됐고, 서울의 주요 아파트 매매시세는 올 들어서만 50~80% 급등했다.

이런 차이는 소비에서도 나타난다. 2분기 1분위 가구의 교통 소비지출은 11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3% 감소했지만, 5분위는 75만8000원으로 49.7%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저소득층은 여행·여가를 포기했지만, 고소득층은 캠핑 등 방법을 바꿔 여행·여가를 즐기거나 신차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활용해 승용차를 구매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소비지출도 5분위는 8.1% 늘었지만, 1분위는 4.7% 줄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이 교수는 “산업구조가 변화할수록 경제적 효율성에 따라 취약계층 일자리는 점진적으로 기계로 대체될 것이고, 이는 재교육·재취업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으론 해결할 수 없다”며 “결국은 재정을 확충해 보편적 복지를 강화하고, 적용기준을 놓고 30년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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