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니콘과 뿔

입력 2020-09-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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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IT중소기업부 기자

우리나라에는 유니콘이 산다. 전설 속 유니콘은 머리에 뿔이 달린 영험한 말(馬)이지만 스타트업·벤처투자 업계에서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이렇게 부른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은 총 열 곳이다. 앞서 독일계 기업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을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수가 하나 줄었다.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반가운 일이다. 스타트업이 시작한 사업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고 몸집을 키울 만큼 한 나라의 경제적 기반이, 창업 생태계가 튼튼하단 뜻이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유니콘 기업 숫자 늘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1~2년 내로 유니콘 기업 20개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K유니콘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아기·예비 유니콘을 발굴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더니 이젠 자체적 유니콘 기준을 내놓겠다고 한다. 중기부는 외국계 민간기관의 평가 기준이 국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직접 국내외 벤처캐피털(VC) 투자 현황을 파악해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기업 목록을 새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육성부터 인증까지 맡는 셈이다.

물론 정부가 민간기관 통계에만 매달릴 수만은 없다. 그러나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중기부가 인증한 유니콘이 의미가 있을진 미지수다. 국가별로 비교하기엔 오히려 국제 표준이 손쉽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 현황과 기업가치가 공개되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다. 투자를 유치하는 입장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경영권도 담보할 수 있으니 차라리 유니콘이 되지 않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말에 뿔을 달아 키운다고 전부 유니콘이 되진 않는다. 유니콘의 핵심은 뿔이 아닌 그 영험한 힘이라고 하는데, 기업으로 치면 이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만큼 혁신적 아이디어일 것이다. 이를 보호하는 것이 유니콘 육성에는 더 효과적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에 돈이 돌도록 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혁신성과 사업성을 모두 갖췄지만 도무지 클 수 없어 해외로 떠나는 ‘예비’ 유니콘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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