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3無 교육 정책이 만든 원격 수업의 현실

입력 2020-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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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사회경제부장

아이들이 7개월째 집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좀이 쑤실 만도 한데 그럭저럭 잘 참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

밖에 나가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또 ‘방콕’ 신세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남녀노소, 귀책(유책)을 가리지 않으니 영락없이 아이들도 갇힌 신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쌓아야 할 지식이나 체득해야 할 사회성은 고스란히 부모(조부모) 몫이 됐다. ‘밥상머리 예절’에 신경을 쏟던 학부모들은 이제 아이 미래가 걸린 공부까지 일일이 챙길 수밖에 없다.

생업 전선에서 돈도 벌어야 하고 아이의 교육까지 책임져야 하니 학부모들은 코로나19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애들은 애들대로 스트레스가 많다. 원격 수업이라지만 그냥 동영상 시청이다. TV에 나오는 낯익은 강사를 멍하니 본다. 질문이 많을 나이에 단방향 주입식 교육이라니,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처음에는 호기심이 있었다. 집에서 TV로 공부를 한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7개월이 흐른 지금, 원격 수업을 반기는 애들은 드물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첫 번째는 교육 당국의 무관심이다. 온 나라가 방역에 힘을 써야겠지만 교육 당국은 이에 더해 백년대계를 돌봐야 한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요란한 구호만 늘어놓을 뿐 원격 수업 내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는 말로 얼버무린다.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하기 시작하면,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면 ‘모든 게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이 커 보인다.

원격 수업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학습격차에 대한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저소득층 학생과 장애학생‧다문화학생 등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등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7개월 동안 제대로 된 전수조사도 없었다.

두 번째는 교육 당국의 무책임이다.

아이들이 원격 수업을 싫어하는 이유는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원격 수업의 묘미는 ‘쌍방향 수업’이다. 화상으로나마 교사와 아이들이 얼굴을 보며 수업을 해야 학습 효과라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가 22만여 명의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보니 쌍방향 원격 수업 비율은 약 14%에 그쳤다. 교육부가 이 비율이 점차 커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지만 당장 필요한 때 쓰지 못하는 뒷북 행정에 그칠 게 뻔하다.

원격 수업은 다양한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교육 당국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일선 학교, 교사 개인의 역량에 맡겨 놨다.

일부 온라인 교육과 관련한 콘텐츠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걸음마 수준이다. 교육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할 법도 한데 눈에 띄는 예산 집행은 없다.

2학기 들어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전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고3 제외)의 등교가 20일까지 중단됐다.

이 기간 아이들은 해왔던 대로 지루한 원격 수업을 받게 된다. 일주일에 1~2회 부분 등교가 이뤄진다고 해도 사정은 나아질 게 없다.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교육 당국의 무성의다.

원격 수업도 교육이다. 엄연히 평가가 뒤따라야 하고, 이를 분석해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적절한 정책 결정들이 있어야 한다.

7개월이 지날 동안 원격 수업에 대한 평가지표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도 혼란스럽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종식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격 수업은 뉴노멀이 됐다. 이미 우리나라 교육 방식의 한 축이 됐다는 의미다.

원격 수업을 임시방편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교육 당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사에서 ‘잃어버린 시간’이 되지 않아야 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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