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스운 고객들

입력 2020-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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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금융부 기자

“고객들을 생각하면 다 보상해주고 싶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 다른 의견들이 많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고객 보상을 두고 한 시중은행 임원이 밝힌 속내다. 은행들은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속이는 등 불완전판매를 자행했다.

금융당국은 제재심의 위원회를 열고 소비자에게 피해금액을 보상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 보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보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에 답변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요청에 답변 시한을 한 달간 연기했다.

은행 등 판매사들이 원금 반환 결정을 미루자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펀드를 판매할 때에는 친절했던 판매사들이 등을 돌리고 책임 회피에 급급 하자, 은행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를 반영하듯 은행에 대한 소비자 민원 건수가 1년 새 50% 가까이 급증했다.

6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민원건수는 1613건으로 전년 대비 49% 급증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376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우리은행(316건) 국민은행(284건), 신한은행(283건) 농협은행(221건), 기업은행(133건) 순이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민원 증가율이 각각 121%와 71%로 높다.

은행 민원의 대부분은 펀드 상품에 집중돼 있다. DLF·라임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논란이 된 라임펀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했다. 옵티머스펀드는 수탁사로 관여돼 있다.

밀란쿤데라가 쓴 ‘우스운 사랑들’은 순수하고 투명한 사랑 대신 허무하거나 육체적인 현실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농담과 조롱으로 사랑을 묘사하기도 하고, 집착이나 질투로 사랑을 표현한다. 상대방의 젊음이나 외모,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는 내 스스로의 자신감 등도 사랑이다.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지만, 사랑은 결국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사랑이다. 은행에게 고객도 마찬가지다. 금융업은 수익이 최우선 경영목표이지만 고객이 없으면 수익도 없다.

고객의 모습과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 촉망받는 사업가를 주요 고객으로 모시겠지만, 불완전판매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도 고객으로 인식해야 한다.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면서 은행이 고객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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