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金, 금융의 정치화] 항명ㆍ감찰 외풍…‘금융사 감독’ 令 안서는 금감원

입력 2020-07-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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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100% 돌려주라"는 분조위 결정, 수용 여부 불투명… DLFㆍ키코 등 현안마다 태클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융지주의 힘은 막강하다.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규제기관인 금융감독원은 두려움보다는 불만의 대상이다. 제재 권한을 갖고 있지만, 상급기관인 금융위에 파워 게임에서 밀린 금감원이 오히려 금융지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석헌 금감원장의 취임 2주년을 맞아 금융사들의 연이은 항명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 등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에는 감사원의 감찰까지 시작되면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 라임 전액 보상하라…‘신중히 검토’ 이면엔 ‘소송전 불사’ = 금감원이 1일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해 100% 전액 배상 결정을 내렸다.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사상 처음이다. 은행 등 판매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추후 법률 검토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 분위기는 수용하기 어려운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번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면 반환해야 할 금액이 16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배임’ 이슈를 앞세워 수용 대신 소송전을 택할 수도 있다.

특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각각 650억 원, 364억 원어치를 판매해 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은행은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펀드 운용사가 잘못이지 판매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배임 이슈’ 등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은행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투자자와 판매사·운용사는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DLF 분쟁조정,은행들 금감원 결정에 반기 = 윤 원장은 진보성향의 학자 출신으로 취임과 동시에 금융권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보수적 금융지주가 진보 학자 출신인 그의 철학이 달가울 리 없었다. DLF 제대, 키코 보상 등 굵직굵직한 금감원 결정에 잇따라 반기를 들었다.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DLF,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잇단 금융사고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이었다. 연이은 금융사고에 금감원의 관리 감독이 미흡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금감원이 제재안을 내놨지만 사고를 친 은행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감원은 DLF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중징계 문책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해당 은행은 반발하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피감기관인 은행들이 항명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금감원은 체면을 구겨야 했다.

윤 원장은 그동안 DLF에 강경한 태도를 밝혀왔다. 윤 원장은 “시계를 몇 달 돌려도 내 의사결정(DLF 징계)은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금융이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금융회사가 동조하면서 그런 잘못이 조직에 광범위하게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도 일단 은행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30일 법원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하나은행에 내려진 금융당국의 징계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징계의 적법성을 더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전날 함 부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중징계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박세걸 하나은행 전 WM사업단장,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이 낸 중징계 집행정지 신청 건도 받아들였다.

함 부회장은 1일 중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함 부회장과 함께 중징계 통보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는 3월 행정법원으로부터 중징계 집행정지 인용 판결을 받았다.

◇키코사태도 결국 금융사에 백기…잦은 외풍에 권위 훼손 = 취임 초부터 윤 원장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키코 분쟁조정 문제도 금융사에 백기를 들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회사가 보상을 거부하면서 금감원의 면이 서지 않았다. 자율배상 협의체를 구성해 차선책에 들어간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실제로 윤 원장은 키코와 관련해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원장은 4월 28일 취임 2주년 서면 간담회에서 “기업을 살리는 것이 주주 가치에 반한다는 은행 측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은행에 더 강하게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솔직히 이제 금감원이 할 일은 거의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잦은 외풍으로 금감원의 위세가 약해진 것도 은행과의 관계가 애매해진 부분이 한몫했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최근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청와대의 감찰이 진행되면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내부가 시끄러워지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최근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급 기관이지만, 애매하게 나뉜 금융사 감독권한 문제로 인해 양 기관은 잊을 만하면 충돌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최근 2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위반 재감리, 키코(KIKO·환율 파생상품) 분쟁조정, 금감원 특수사법경찰(특사경) 출범 등 주요 사안마다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최근에는 금감원 부원장 인사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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