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영의 과학 놀이터] 우주·생명 탄생의 비밀 담긴 성간먼지

입력 2020-06-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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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니스트

지난달 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2인이 탑승한 우주선 ‘크루드래건’의 성공적 발사 소식이 있었다. 유인 우주선이 대기권 무사 탈출에 성공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크루드래건은 최초의 민간 개발 우주선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나에게도 언젠가 지구 밖 여행이 쉬워지는 때가 오는 건가, 그리고 지구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그곳까지 날아가 만날 우주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상상에 잠시 즐거웠던 소식이었다.

도대체 우주에 뭐가 있기에 다들 천문학적 돈을 들여서라도 가보고 싶다고 소망하는 걸까? 이제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우주에서 우리를 반기는 건 깊은 어둠과 자외선, 우주광선 그리고 별들 사이를 떠도는 먼지 알갱이 혹은 가스 따위다. 먼지 알갱이? 사실 먼지라면 집 소파 밑이나 키 높은 책장 위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데 이걸 만나기 위해 굳이 우주까지 갈 필요가 있나 싶을 수 있다. 그런데 우주에서 먼지의 위상은 지구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구에서 먼지는 쌓이기 전에 바로바로 털고 닦아내야 하는 그 무엇이라면, 작은 알갱이에서 보풀 정도로 커질 때까지 쌓인 우주 먼지는 별이 만들어지는 씨앗 역할을 할 수 있어 소중함 그 자체다.

우주먼지는 별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성간먼지’라고도 불리는 작은 알갱이다. 이들의 생성 원인 중 하나가 별의 활동이다. 별이 빛을 내는 과정에서 가스가 발생하고, 이 가스들이 우주로 퍼지면서 우주먼지가 된다. 성간먼지 자체가 소행성이나 행성으로 자라기도 하지만 별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충돌 등에 의해 작은 알갱이로까지 커진 성간먼지는 별빛을 가리는데, 이 때문에 가스구름 중 빛을 받지 못한 부분의 온도가 낮아진다. 온도가 내려간 부분은 덩어리로 뭉쳐지기 쉬워지는데, 이는 수증기 상태에서는 물 알갱이들이 활발히 움직이지만 온도가 내려가면 운동이 느려지고 서로 간의 간격도 좁아지면서 덩어리로 뭉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가스구름 중 뭉쳐진, 즉 밀도가 높은 덩어리로 변화한 부분에서 중력 등의 영향으로 별의 형성이 시작된다. 결국 아주 작은 우주먼지들이 모여 우주 공간을 새롭게 변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우주의 기원뿐 아니라 생명 탄생의 근원을 찾는 연구에서도 우주먼지는 흥미로운 존재 그 이상이다. 그리고 여기 우주먼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다시 한번 바꿔 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 예나 및 하이델베르그대학 연구자들이 ‘성간먼지 주위에 어떻게 얼음층이 형성되는가’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실험은 성간먼지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임을 시사하고 있다. 단순 원자나 분자로부터 생명의 기원이 될 수 있는 복합 유기화합물이 발생되려면 우선 원자나 분자가 충분히 모여야 하고 이곳에서 유기물 형성에 필요한 화학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우주에서는 먼지 알갱이와 수분이 이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먼지 알갱이에 원자나 분자가 들러붙고 여기에 얼음층까지 더해지면 기대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얼음층이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두껍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이번 실험은 기존의 예상과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둥글고 콤팩트한 먼지 알갱이 위로 양파껍질처럼 한 겹씩 들러붙는 방식으로 얼음층이 형성될 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먼지 알갱이는 길고 이리저리 뻗은 가지 모양을 갖고 있어 얼음층을 만들 수 있는 물분자의 수가 한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균일하지 않은 모양 때문에 먼지 알갱이들의 표면적도 커져서 성간먼지에 쌓이는 얼음층의 두께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얇고, 부분에 따라 얼음층이 만들어지지 않는 곳도 있다. 한정된 양의 찰흙을 구형의 물체에 겹겹이 바를 때와 울퉁불퉁한 막대 모양에 바를 때를 비교해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처럼 형성된 얼음층의 두께가 균일하지 않은 관계로 분자들이 먼지 알갱이 어디에 엉겨붙어 있는가에 따라 화학반응의 속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우주와 생명 탄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이 성간먼지에 대한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주먼지! 이래저래 한 번쯤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 하는 존재인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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