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는 ‘새벽배송’의 품격도 원한다

입력 2020-05-3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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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선 유통바이오부 기자

내가 산 물건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환경을 해치거나 비윤리적 활동이 일어나진 않았는지 살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일명 ‘착한 소비’다. 상품의 질을 신경 쓰는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상품이 지닌 의미를 알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소비를 결정하는 것이다. 유통업계에 ‘친환경’, ‘윤리적 소비’ 등 수식어가 붙은 마케팅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착한 소비’ 측면에서 최근의 쿠팡 사태를 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바이러스’였다. 내가 배송받은 물건에 바이러스가 묻은 건 아닐까 걱정했고, 방역 당국은 물품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은 적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런데도 쿠팡에 관한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외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가 주문한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배송됐는지 그 과정에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팡은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단기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했고, 상시 근로자와 달리 지정된 작업복이 없던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작업복 등을 돌려 입었다. 실제로 쿠팡 물류센터의 작업복, 신발, 안전모 등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방역 당국은 제대로 된 소독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로 봤다.

사후 대처도 문제였다. 쿠팡은 지난 5월 24일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고도 그날 오후 근무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고 다음날 추가 확진자가 나온 뒤에야 물류센터를 폐쇄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된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근로자는 “코로나19 이후 처리 물량이 급증했고 걷기보단 뛰어야 했다. 밀집된 공간에서 정신없이 일하면서 방역수칙보다 시간 내에 일을 끝내는 게 더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쿠팡이 쏘아올린 ‘새벽배송’은 이제 고유명사가 됐다. 우리 집에 배송된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소비자들이 알고 싶어한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가 멀리 있어선 안 된다. 이는 새벽배송의 ‘생존’은 물론 ‘품격’과도 연관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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