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또 다른 세계경제 위기 요인과 새로운 국제적 리더십

입력 2020-05-05 17:1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 세기 대공황을 능가하는 수준의 경제적 충격을 몰고 온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환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이를 보이면서 점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전대미문이었던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의 폭도 역시 전대미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여전히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을뿐더러 이 바이러스의 정체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언제라도 바이러스의 재확산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아직 코로나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기도 하다.

이런 우려 때문에 코로나 이후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시나리오에는 과거 사스 사태 이후처럼 V자형 경기회복, 상당한 오랜 기간의 침체 후 회복을 의미하는 U자형 경기회복, 아예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L자형 경기, 그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을 의미하는 I자형 경기에 이어 최근엔 W자형 경기회복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즉 바이러스가 잦아진 줄 알고 경제활동을 재개했다가 다시금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최악의 경우로, 지난 세기 초의 스페인독감이 이에 해당된다. 무책임으로 일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성급한 경기회복 정책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이유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지난 세기부터 최근까지 세계경제 및 정치질서를 주도해왔던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비록 미국의 경제력이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신속하게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하여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외의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였다. 그 결과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는 국제적 지도력을 보였으며,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그 누구도 에볼라 바이러스를 ‘아프리카 바이러스’로 불러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논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한편 2017년 취임 초기부터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면서 기존의 국제질서를 허물기 시작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하여 아무런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최악의 바이러스 감염 사태를 초래하면서, 유일한 정책 성과라고는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확산시키며 ‘중국책임론’을 부각시키는 노력뿐이었다. 미국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트럼프에 대항하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역시 코로나 사태를 포함한 세계적 위기극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트럼프와 함께 둘 중에 누가 더 ‘독한 중국 때리기 선수(tougher China-basher)’인지 선명성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더욱 비관하게 만드는 것은, 마치 미국의 빈자리를 메울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던 중국 역시 새로운 세계적 공공재를 제공하는 시늉을 하면서 시작했던 일대일로 정책과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은 물론이고 최근의 코로나 사태 관련 국제지원 과정에서도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 너무 쉽게 드러나는 ‘자국 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가 수습된 후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전 세계적 재앙이며, 이는 코로나보다도 더욱 긴밀한 국제적 협력을 통해서만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미국과 중국 지도자들에게서 이런 국제적 협력체제를 도출할 지도력을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그래서, 그나마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를 느끼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코로나 사태 과정에서 새로운 국제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한국 등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우리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경제·교역에 있어서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WHO를 중심으로 한 보건협력 등 다자주의 세계질서 부활을 위한 우리나라의 정책 노력이 커져야 할 시점이다. 반만년 역사를 통틀어 우리의 목소리가 세계적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트럼프를 제외한 모두가 기다리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범죄도시4’ 이번에도 싹 쓸어버릴까?…범죄도시 역대 시리즈 정리 [인포그래픽]
  • 직장 상사·후배와의 점심, 누가 계산 해야 할까? [그래픽뉴스]
  • 동네 빵집의 기적?…"성심당은 사랑입니다" [이슈크래커]
  • 망고빙수=10만 원…호텔 망빙 가격 또 올랐다
  • ‘눈물의 여왕’ 속 등장한 세포치료제, 고형암 환자 치료에도 희망될까
  • “임영웅 콘서트 VIP 연석 잡은 썰 푼다” 효녀 박보영의 생생 후기
  • 꽁냥이 챌린지 열풍…“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 올림픽 목표 금메달 10개→7개 →5개…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323,000
    • +4.69%
    • 이더리움
    • 4,470,000
    • +4.07%
    • 비트코인 캐시
    • 700,000
    • +4.71%
    • 리플
    • 739
    • +5.27%
    • 솔라나
    • 208,100
    • +7.6%
    • 에이다
    • 700
    • +9.89%
    • 이오스
    • 1,154
    • +8.77%
    • 트론
    • 162
    • +3.18%
    • 스텔라루멘
    • 165
    • +5.7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350
    • +4.84%
    • 체인링크
    • 20,550
    • +7.37%
    • 샌드박스
    • 651
    • +7.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