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도 감자 풍년…소액주주 ‘울상’

입력 2020-04-21 15:29 수정 2020-04-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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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수익성 악화로 무상감자를 단행하는 상장사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자본 잠식을 피하기 위한 최후 수단이지만, 기존 주주들은 지분가치 희석과 주가 급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무상감자를 시행할 예정이거나 이미 완료한 상장사는 총 19개사다. 이 중 자본금 감소에 따른 결손금 보전을 위한 목적으로 감자를 결정한 상장사는 15개, 전년 같은 기간(6개)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코스피 기업 중에선 티탑스(구 동양네트웍스), 페이퍼코리아, 키위미디어그룹, 미래산업 등이 포함됐다. 코스닥 상장사로는 아이톡시(구 와이디온라인), KJ프리텍, 지와이커머스, 솔고바이오, 제이스테판, 포티스, 지스마트글로벌, 크루셜텍, 씨씨에스, 이에스브이 등이 무상감자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실시했다.

◇감자기업 대부분 소액주주 지분 높아…주주 반발 잇따라 = 누적 적자가 쌓인 기업들로선 무상 감자는 ‘최후 수단’이다. 상장폐지 요건인 자본감식 요건에서 탈출할 수 있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체질개선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수를 줄여 기준 주가를 올리면, 감자 이후 일반적으로 이어지는 유상증자의 발행가액도 높여 부족한 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에겐 물량 희석과 주가 급락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올해 감자를 추진한 기업 중 대부분은 최대주주 지분이 크지 않은 반면 소액주주 지분 비율이 높아, 일부 기업에선 감자 추진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감자기업 절반에 해당하는 7개 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 비율이 90%에 근접하거나 넘었다.

이에스브이(91.43%). 미래산업(96.30%), 크루셜텍(91.30%), 지스마트글로벌(90.73%), 키위미디어그룹(94.74%), 솔고바이오(89.20%) 등이 이에 해당하고, 나머지 기업도 적게는 60%대부터 80%대에 해당하는 지분을 소액주주가 보유해 비율이 낮지 않았다.

이중엔 심지어 반대매매로 인해 현재 최대주주가 누군지 불명확한 기업도 있었다. 지난달 사명을 씨케이코퍼레이션으로 바꾼 포티스의 경우, 이전 최대주주인 이노그로스가 두 달 만에 기한 이익 상실로 인한 반대매매를 두 번 당하며 지분 전량이 매도됐다. 현재 최대주주가 불분명한 ‘무주공산’ 상태다.

감자 결정은 최대주주의 지분 상실 6일 뒤인 지난달 17일에 공시됐고, 같은 달 3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됐다. 그러나 기존 주주 중 일부는 방만한 경영에 따른 기업 손실을 개인투자자가 떠안는 구조라는 비판과 함께 보유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이 회사 차원에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통주 50주를 1주로 무상병합하기로 한 미래산업 역시 최대주주인 포비스티앤씨가 보유 중인 지분은 3.69%에 불과한 상황이다. 감자 결정 직후 주가는 23% 넘게 내려 70원대를 횡보 중이다. 다음 달 14일 주주총회를 거쳐 7월 2일 감자가 완료될 예정이지만, 의결까지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별수가 없다”…철회ㆍ유예 기업도 재시도 = 이전에 무상감자를 시도했다가 주주들의 거센 반발 끝에 철회했거나 유예한 기업이 다시 감자에 나선 예도 있다. 감자 실패 이후 재무 부진이 계속되거나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려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등 회사 상황이 호전되지 못한 경우다.

지난해 80% 비율 무상감자를 결정했지만, 주주 반발로 철회한 전력이 있는 한솔홀딩스는 지난달 같은 내용의 감자 방안을 정기주총에서 의결했다. 다만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번엔 517만5102주에 대한 자사주 소각 안건도 함께 들고 나왔다. 배당가능이익 부족으로 현금배당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배당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지난해 7월 일부 소액주주가 제기한 감자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이 인용되면서 감자가 유예됐던 키위미디어그룹도 결국 지난달 20일 75% 비율의 감자를 결정했다. 감자 유예 이후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등 상장폐지 길목까지 몰렸다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 계획안 인가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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