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일절과 일체

입력 2020-03-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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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상이 바뀌었다. 음식을 먹기 전이나 먹고 난 후에도, 밖에 나갔다 들어오거나 밖에서 물건을 만지고 나서도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손소독제를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소독하는 것은 습관이 됐다. 이와 함께 외출 시 반드시 착용하는 마스크.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사가 심한 날에만 썼는데, 이제는 매일 착용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걱정도 되지만, 내가 옮길 수도 있으니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그런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갔더니 문 앞에 ‘마스크 일절 없음’이라는 큼지막한 스티커가 붙어 있다. 편의점에서도, 슈퍼마켓에서도 ‘마스크 일체 없음’ ‘마스크 매진, 문의 일체 사절’ 등의 안내문도 보인다. 전자의 ‘일절’은 맞고, 후자의 ‘일체’는 틀렸다. 많은 음식점에서 ‘안주일절’ ‘안주일체’ 문구를 혼용해서인지 일절과 일체의 의미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절(一切)은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이다. 흔히 행위를 그치게 하거나 어떤 일을 하지 않을 때에 쓰는 말이다. 반면 일체(一切)의 뜻은 ‘모든 것’, ‘모든 것을 다’이다. 음식점에서는 안주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의미(일절)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안주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일체)일 것이다. 따라서 ‘안주일절’은 틀렸고, ‘안주일체’라 해야 맞다.

이처럼 서로 의미가 전혀 다른데 혼동하는 이유는 뭘까.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 일절, 일체 둘 다 ‘一切’로 같다. 한자는 같지만, 문장이나 문구에서의 의미에 따라 음이 달라지니 헷갈리는 것이다. 한자인 ‘切’, ‘끊다’는 의미일 때는 ‘절’이라고 읽어야 하고, ‘모두’라는 뜻일 때는 ‘체’라고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일절은 금지, 부정, 부인, 규제 등을 의미할 때 쓴다. 따라서 ‘금하다, 없다, 않다, 말다’ 등의 부정적인 말이 뒤따른다. ‘마스크 일절 없음’ ‘마스크 매진, 문의 일절 사절’로 해야 맞다. 반면 일체는 모두, 온통 등의 의미를 담은 긍정적인 표현에 쓰인다. ‘재산 일체 기부’ ‘장학생 학비 일체 지원’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두 단어의 사용이 헷갈린다면 일반적으로 부정적 의미일 때는 ‘일절’을, 긍정적 의미일 때는 ‘일체’를 쓰면 된다.

전국 마스크 판매처에 ‘마스크 일체 구비’라는 안내문이 하루빨리 붙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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