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싹수와 싸가지

입력 2020-02-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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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싹수없어, 싹수가.”

우리가 어릴 때부터 어른들로부터 종종 들었던 말이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우리가 요즘 아이들의 마땅찮은 행동을 보며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은 ‘요즘 세대’라고 한정하긴 어렵겠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당시의 젊은이들을 보며 이 말을 남겼다고 한다. 더 앞서 이집트의 피라미드 내벽에도,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이쯤 되면 특정 시기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세대 간 갈등 문제이지 싶다.

우리는 ‘버릇없다’는 뜻으로 흔히 ‘싹수없다’ ‘싸가지 없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싹수는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를 말한다. “리더십이 뛰어난 그는 사업으로 성공할 싹수가 있다.” “어른 앞에서 큰소리를 치다니 싹수가 없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렇듯 싹수는 ‘잘될 것 같은 징조’라는 가능성의 의미를 담고 있어 ‘있다’가 연결되면 긍정적 의미를, ‘없다’가 연결되면 부정적 의미를 띠게 된다.

한편 싹수와 더불어 많이 쓰는 싸가지는 강원도·전라도 방언으로, ‘싹’에 접미사 ‘-아지’가 결합한 말이다. 송아지, 망아지 등과 같이 동물의 새끼처럼 작은 것을 가리키는 접사 ‘-아지’가 ‘싹’과 결합한 것으로, 원래 뜻은 ‘싹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 상태’를 이른다. 싹수와 같은 뜻이다. 그런데 ‘없다’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였고, 결국 ‘싸가지’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그러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의 뜻을 갖게 됐다. 이렇듯 싸가지라는 단어는 속어이자 비표준어이므로, 싹수라고 해야 맞다.

먼 옛날에도 세대 간 갈등으로 인한 고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듯이,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해결하기 힘든 난제이다. 싹수(방언 싸가지)에 담긴 긍정적 의미처럼, 아이들이 앞으로 더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어릴 때 어른들의 걱정을 떨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된 것처럼, 아이들의 미래도 우리가 희망하는 것 이상으로 더 밝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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