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창업 키워드는 '가격파괴'

입력 2008-09-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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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전략 없는 가격파괴는 위험

‘초저가’, ‘가격파괴’, ‘옛날가격 그대로’ 등과 같은 단어는 불황이 심화될수록 소비자들의 시선을 더 끈다. 특히 요즘 같이 고물가로 인해 지갑 열기가 두려운 소비자들을 위해 외식업계는 불황타개책으로 가격파괴와 싼 메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격거품을 과감히 걷어내고 품질은 높인 ‘고품질 저가격’ 전략을 내세운 점포들이 등장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매장 고정비용과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한 박리다매 전략으로 불황 탈출을 노리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만들며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 1000원대 가격으로 식사 해결

가격파괴는 외식시장에서 꾸준히 지속된 마케팅 전략이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 달리 간편한 음식이 아닌 1000원대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업체들이 등장해 가족 단위는 물론 직장인들에게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대형할인마트 식품매장에 입점해 있는 국수전문점 ‘우메마루’는 100엔 우동으로 일본 전역을 휩쓴 '하나마루'를 모티브로 2006년 론칭한 브랜드다.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양과 맛을 제공하면서도 잔치국수ㆍ비빔국수 등 대중적인 면 요리를 1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

국수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이기 때문에 쇼핑 나온 주부와 어린이는 물론, 아울렛 내 매장의 종업원, 인근 영화관이나 놀이공원 등을 방문하기 위해 오는 고객 등 거의 전 고객층이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즐겨 찾는다.

특히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 최근 물가상승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소비자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메마루는 론칭 2년 만에 대형 할인마트 식품매장을 중심으로 가맹 50호점이 입점하는 등 빠르게 성장, 내년까지 할인점 푸드코트 100호점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돈가스전문점 ‘와우돈가스 1900’은 초저가 전략을 펼치며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바삭한 빵 가루에 두툼한 등심살로 튀겨 만든 1000원대의 기본메뉴인 ‘와우돈가스’부터 왕돈가스ㆍ치즈롤가스ㆍ매운돈가스ㆍ단호박롤가스 등 다양한 돈가스 메뉴에 우동류ㆍ라면ㆍ오므라이스ㆍ떡볶이까지 기존 분식 브랜드에서 맛볼 수 없던 고급 메뉴들을 맛 볼 수 있다.

이들 메뉴는 최저 1900원에서 4500원까지 중저가에 즐길 수 있으며, 취급하는 메뉴 모두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 또 배달서비스와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강화해 고정비용 절감 효과를 높였고, 특히 본사에서 튀기기 직전의 쿡리스 상태로 재료를 공급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식전문점 프랜차이즈 ‘푸드2900’도 떡볶이ㆍ라면ㆍ김치만두 등 간편한 분식거리는 1900원, 돈가스와 비빔밥ㆍ물냉면 등은 2900원, 날치알돌솥밥ㆍ갈비탕ㆍ육개장 등은 3900원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 1인분에 1700원짜리 쇠고기전문점 등장

직수입ㆍ직가공ㆍ직배송을 통해 가격거품을 완전히 뺀 초저가 쇠고기전문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전문점 ‘다미소’는 쇠고기 1인분 130g을 1700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이런 가격 파괴가 가능한 이유는 25년간 육류 수입을 해 온 본사가 원료육을 직접 수입, 가맹점에 공급해 유통단계의 거품을 완전히 제거했기 때문이다.

유통비용을 축소해 가격을 대폭 낮춘 반면, 매장을 셀프식으로 운영하면서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여 마진율을 높였다.

본사 박창규 사장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의심어린 눈길을 보냈던 손님들도 한 번 맛을 본 후 단골이 된다”며, “유통전문회사의 장점을 살려 업계 최저 가격으로 우수한 품질의 쇠고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복추풍령에서 운영 중인 ‘소가미소’는 우삼겹ㆍ차돌박이ㆍ살치살 등의 메뉴를 150g 기준으로 5900원에서 9500원대의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본사 직접 유통으로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췄다.

일반적인 가격파괴 전문점과는 달리 계란찜ㆍ도토리묵ㆍ동치미ㆍ샐러드ㆍ계절나물 등 9가지 밑반찬도 푸짐하게 내놓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다.

여기에 ‘값싼 고기집’이라는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참숯을 사용해 쇠고기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깔끔한 인테리어로 분위기를 고급화한 것도 다른 저가 쇠고기전문점과 차별화시킨 요소다.

‘우스’는 가격연동제 도입으로 가맹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 메뉴인 소갈비살과 안창살 두 가지 원육 가격 인상률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소갈비살의 가격이 올라가면 소갈비살의 가격은 7500원, 안창살은 5500원에 판매하고, 안창살 가격이 올라가면 소갈비살을 5500원, 안창살을 7500원에 판매하는 제도이다.

가격이 올라도 7500원 이상으로 판매하지 않으며 두 품목 중 하나는 언제나 5500원으로 제공한다. 가격연동제는 공급물량, 시장가격 등의 변동에 따라 메뉴 가격을 연동시켜 점주에게는 안정된 매장수익을, 고객에게는 일정한 메뉴가격을 보장하고 있다.

◆ 성공전략 및 주의점

장기 불황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는 여전히 저가 시장의 경쟁력을 유지시켜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저가 시장이 경쟁력이 있다고 해서 차별화된 전략 없이 무턱대고 가격파괴만을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다.

우선 가격파괴 전략은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쉽게 과당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이제는 가격파괴라고 해도 품질이 뒷받침된 저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소비자 수준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저가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도의 품질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상권 및 입지 전략도 중요하다. 가격파괴 업종은 대체로 객단가를 낮춰 잡기 때문에 임대료가 높아지면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산층 밀집지역에 위치해야 유리하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가밀집지역 진입로ㆍ재래시장 인근ㆍ역세권 퇴근동선 등이 유망하며 소형매장이 아닌 고객들의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중대형 매장으로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가 전략을 취할 경우에는 메뉴 가격대를 저가ㆍ중가ㆍ고가로 다양하게 조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여기에 청결한 매장유지는 물론 타깃층에 맞는 세련된 인테리어 역시 저가격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높은 감성 품질을 제공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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