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현재현 회장 위기 탈출 할까?

입력 2008-09-09 08:24 수정 2008-09-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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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법률적 애매...구속까지야 가겠냐”

동양그룹 현재현(59) 회장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전직 검사 출신답게 법 테두리 안에서 투명경영을 강조해 오던 현회장이 검사 임용 후 첫 근무지였던 부산지검에서 구속이 될 처지에 놓였다.

검찰에서는 동양메이저가 차입인수(LBO)기법을 이용해 편법으로 한일합섬 인수합병(M&A)에 나섰고 현회장이 개입한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해 기소를 적극 검토중이다.

검찰의 수사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노무현 前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한 수사중에 현 회장이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후문이다. 동양그룹은 지난 1971년 불어난 부채로 회사보전 신청을 통해 어렵게 회생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은 평소 정계와 일정한 거리를 두어 온 것으로 알려져 향후 자신을 구명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쪽은 사시 12회 동기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현 회장 구속여부 내주 결정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는 지난 7월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인수합병(M&A)시 한일합섬 주주들에게 1800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협의로 동양메이저 추연수 대표이사를 구속했다. 이후 현 회장이 차입인수(LBO)기법을 이용해 편법으로 한일합섬 인수합병에 개입한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기소를 적극 검토중이다.

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배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어 추가 소환 계획이 없다며 기소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8일 동양그룹이 한일합섬을 5년간 독자적인 기업으로 유지하겠다는 이해 당사자간 협약서까지 작성하고도 한일합섬의 유동자산을 자신들의 대출금 상환에 임의로 전용하는 등 배임혐의를 추가로 발표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12일로 예정된 추대표에 대한 2차 공판 일정을 감안해 현회장의 사법처리 여부 최종 결정을 그 이전에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의 판단은 인수도 하지 않은 기업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사실상 ‘공짜’로 M&A하고 채무상환 부담도 피인수회사인 한일합섬에 떠넘겨 해당 기업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반면 동양그룹측은 동양메이저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M&A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차입해 인수하는 LBO방식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수자가 자신의 자금을 직접 출자해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한 뒤 피인수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차입금을 마련하는 방식의 LBO가 배임인지 아닌지에 대한 법원 판결이 없다. 결국 이 문제는 현회장의 구속여부를 떠나 대법원까지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현회장 구명 믿는 사시 12회 동기들

동양그룹은 바로 코앞에 닥친 총수의 구속만은 피하기 위해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재벌가와 달리 정·관·재계 인맥이 부재하다.

동양그룹 창업주 이양구 회장은 혈혈단신으로 월남한데다 이관희 여사 사이에 딸만 둘이다. 통혼을 통해 사돈가의 후광을 기대하기보다 자신의 유업을 이어갈 사위들의 됨됨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탓에 정·관·재계와의 혼맥도가 단순하다.

또 현회장의 집안은 전형적인 학자 집안이다. 그의 조부는 고려대 초대 총장을 지낸 고 현상윤 총장이며, 이화여대 의대 교수였던 고 현인섭 교수가 그의 부친이다. 그는 현 교수의 3남2녀중 셋째로, 첫째는 고대 현재천 교수, 둘째는 현재민 KAIST 교수, 장녀는 현재희 세종대 교수, 차녀는 현재란 의사이다.

따라서 현회장 구명을 위해 나서줄 곳은 사시 12회동기들 밖에 기대할 곳이 별루 없다.

현회장은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다니다 대학 3학년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1975년 부산지검에서 검사로 입문한 뒤 결혼과 함께 검찰을 떠나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최근까지 일년에 한두 차례 이상 사시12회 동기 모임을 주도해 왔다. 부부동반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동기들과의 친분을 꾸준히 이어 왔다.

사시 12회 동기중 정치권 인사로는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최고위원과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왕수석’으로 불리던 이종찬 청와대 전 민정수석은 사시 동기이자 청와대 입성 전까지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사외이사로도 있었다.

사시 동기중 법원에 남아있는 현직 판사로는 양승태 대법관이 있다. 고위 법관을 지낸 동기로는 정호영(전서울고등법원장), 강병섭(전서울중앙지방법원장), 김연태(전광주고등법원장), 김상기(전서울행정법원법원장)변호사 등이 있다. 검찰출신 동기로는 노무현 정권때 법무부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거친 김승규 변호사, 김각영 전 검찰총장, 윤동민 전 대전고검 차장이 있다.

특히 윤동민 변호사는 김앤장 소속으로 대우그룹 김우중 전회장 사건과 두산그룹 사건을 맡는 등 대기업 총수 사건 전문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편 동양그룹 수사를 하고 있는 부산지검 수장은 공안통인 김수민 검사장(사시22회)으로 성균관대학교 출신이다. 김 검사장은 공안통으로 검찰총장까지 지낸 김각영 변호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한 정계 인사는“현회장이 법조계 출신 이다보니 법조계 인맥은 화려하지만 이런 대형사건은 보통 정치적인 사건이 배경이 많다”며 “검사 출신으로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뒀던 현회장에 대해 사시 동기 정치인들 이외에 특별히 구명에 나설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법조계 인사는 “법률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는 사건”이라며 “구속까지야 가겠냐”는 반응이다. 그는 “불구속 상태로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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