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기후위기에 화석연료 투자 끊는 유럽

입력 2019-11-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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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룩셈부르크의 한적한 골목에 소재한 유럽투자은행(EIB). 지난 15일 아주 획기적인 결정을 내렸다. 2021년까지만 화석연료 투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대규모 화력 발전소나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이 더 이상 이 은행의 투자 지원을 받지 못한다.

EIB는 1958년 설립되었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주주로 있는 개발은행이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과 이탈리아 등 EU 주요 4개국이 각각 납입 자본금의 16.1%씩 투자했다. 총 납입 자본금은 2432억 유로가 조금 넘는다. 자본금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개발은행으로 국제자금 시장에서 아주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주로 인프라 투자를 지원한다. 투자의 90%는 EU 회원국, 나머지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태평양에 있는 EU 회원국의 과거 식민지 국가들을 지원해준다. 폴란드와 헝가리처럼 전력 생산에서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국가는 지난 15일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표결에서 졌다.

EIB의 이런 결정은 EU가 계속해서 이행 중인 ‘녹색바람’의 하나이다.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6월 지속가능한 금융 기준을 정하는 전문가 그룹을 만들었다. 경제개발과 환경, 사회발전의 조화를 꾀하는 게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이 용어가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집행위원회는 특정 투자를 지속가능한 투자로 결정하는 기준을 만들기로 한 것. 재계와 학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1년이 지나 개략적인 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 기후변화(이하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의 대처와 적응, 수질보전과 오염 예방, 재활용 목표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녹색투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이어 구체적인 측정 방법과 사례를 들었다. 현재 법안 제정 과정의 하나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연말까지 법안 초안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연기금인 미 캘리포니아 연기금이나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은 EU의 이런 결정을 주시 중이다. 녹색투자의 명확한 기준이 제정되면 연기금 투자 결정에서 당연히 이를 고려해야 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해 말 1조 달러를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이다. 이미 지난 6월에 130억 달러 정도의 석탄 및 정유업체 투자에서 손을 뗐다.

EU의 녹색투자 기준 결정은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미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파리 기후변화조약에서 탈퇴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내년 11월 초면 미국은 이 조약의 적용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된다. 중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가 이 조약에서 탈퇴하면 중국이나 인도가 글로벌 이슈인 기후위기에 세계 각 국과 공동 대응하려 할 리 만무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EU의 선도적 역할은 다른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EU는 지난 2005년부터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권시장을 운영 중이다. 항공 산업이나 중공업 등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대기업들은 연간 할당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범위 안에서 부족하면 이 시장에서 추가 구입을 하고 남으면 팔 수 있다.

다음 달 1일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2050년까지 유럽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적인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지난 5월 말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은 5년 전에 비해 의석 비율을 4.3%포인트 늘려 전체 의석의 10% 정도를 차지했다. 3분의 2 정도의 유럽 시민들은 기후위기에서 EU의 적극적인 대응을 지지한다. 개별 회원국 차원의 정책 대응이 기후위기 대처에 매우 미흡함을 알고 있기에 시민들은 EU가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원한다.

기후위기는 인류 모두가 공동 대응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16세의 스웨덴 중학생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9월 유엔 정상회의에서 말로만 떠드는 각 국의 정책 결정자들을 질타했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점진적인 원자력 폐기정책조차 전기요금 인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가 극심했다. 2018년 우리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를 넘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선진국인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정책을 실행해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임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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