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 실적 악화 겹쳐”…유동성 확보 나선 상장사들

입력 2019-11-03 10:53 수정 2019-11-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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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 및 계열사 지분 매각에 나선 상장사가 늘고 있다.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상장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급한 불끄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유형자산 양도나 처분 소식을 밝힌 공시 건수는 코스피, 코스닥 시장 합쳐 총 89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51건)에 비하면 74.5%가량 늘어난 수치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한진중공업이 지난달 22일 신세계동서울피에프브이(PFV)에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을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매각금액은 총 4025억 원 규모로, 당일 기준 시가총액(3622억 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회사 측은 매각 이유에 대해 “차입금 상환 및 현금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다만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지분 참여 방식으로 터미널 개발 사업에는 참여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한진중공업은 5월에도 재무구조 개선 작업 일환으로 3200억 원 규모의 인천 서구 원창동 부지를 매각한 바 있다.

이마트도 같은 달 재무 개선을 위해 13개 점포의 토지와 건물을 9524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세일 앤드 리스백(장기 임차) 방식의 자산유동화 전략이다. 이 밖에도 금호전기는 신한은행에 오산공장을 521억 원에 팔았고, 참좋은여행도 830억 원 규모의 서초구 서초동 토지와 건물 양도 절차를 밟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선 사례도 코스피 47개사, 코스닥 49개사 등 총 96개에 달했다. 미원상사는 계열사인 동남합성 주식 34만7000주를 83억 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고, 코스맥스도 7월 자회사인 코스맥스이스트 주식 64만9946주를 SV인베스트먼트에 828억 원에 매각했다.

유형자산을 양도 처분하거나 다른 기업 주식을 매각한 상장사들 중에는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적을 밝힌 사례가 많았다. 경기 둔화 및 업종 침체로 실적이 악화하고,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면서 이에 따른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말 자산보다 부채가 7442억 원이 많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도 800%대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냈고, 부채비율도 100%를 넘기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코스닥에서는 전환사채(CB) 시장이 최근 라임사태 등으로 인해 위축되는 등 자금 조달 창구들이 막히면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형자산 혹은 계열사 지분 매각을 공시한 상장사 중 에이스테크, 매직마이크로, 에스제이케이 등이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을 주 목적으로 들었다.

혹은 상장폐지, 배임ㆍ횡령 등의 악재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장사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토지나 다른 기업의 주식 매각을 택한 경우도 있었다. 9월 계열사 지분 전량을 처분한 해덕파워웨이는 오랜 기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가 지난달 상폐 처분을 받은 상태고, 말레이시아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주식 54억 원어치를 매각한 한류타임즈도 전 임원진 횡령 배임 이슈로 인해 법적 분쟁 상태에 있다.

상반기 토지를 매각한 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부동산 매각 금액은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해 쓸 예정”이라며 “투자 목적으로 사들였던 부동산이지만 경기가 언제 좋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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