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상승 OECD 최저, 뚜렷해진 디플레 조짐

입력 2019-10-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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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OECD가 집계한 국가별 소비자물가 통계에서 9월 한국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로, OECD 회원국과 가입예정국 40개 나라 가운데 최저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1.7%, 유로존 0.8%, 일본 0.2%였다.

한국 물가상승률이 주요국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작년 9월에는 2.1%로 OECD 평균 2.9%, 미국 2.3%보다 낮았지만, 유로존과 같고 일본(1.2%)보다 높았다. 그러나 올 들어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8월에는 0%, 9월 -0.4%까지 뒷걸음쳤다. 1965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5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민간투자 감소에 따른 소비 둔화와 농산물가격 하락이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저물가가 공급측면보다 수요의 위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8일 내놓은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저물가의 주된 원인을 수요감퇴로 꼽았다. KDI는 “특정 품목이 주도했다기보다 다수 품목에서 광범위하게 물가가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과거 높았던 물가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와 유가하락, 무상복지 확대 등 공급측면만 강조하면서 마이너스 물가를 설명한 것과 배치된다.

수요위축에 따른 물가하락은 디플레이션의 징후다. KDI는 앞으로 물가가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디플레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활력이 떨어지면서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줄고, 이 같은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현상을 우려했다. 물가하락과 수요위축에 따른 생산 및 투자 감퇴, 소득 감소, 경제성장률 추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에 대한 경고에 다름없다.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1%대 추락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다. 내년에도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힘들다. 해외 투자은행(IB)과 국내 연구기관 일부는 내년 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경제 기초체력이 갈수록 약해져 장기 전망도 어둡다. 저출산과 고령화, 민간투자 부진에 따른 노동·자본 투입 감소, 근로시간단축 등으로 생산성마저 떨어져 잠재성장률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마당에, 점진적 물가상승을 보이는 글로벌 추세와 거꾸로인 저물가는 정말 나쁜 경제 흐름이다. 디플레 위기에 대한 정부의 상황 인식이 보다 엄중해야 하고, 경기를 조속히 반등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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