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추후(追後)와 차후(此後)

입력 2019-06-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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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다음에…”라는 말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다음에…”라는 말이 오히려 다음 약속이 없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누구에게 뭔가를 부탁했을 때 “다음에 보자”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것은 곧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차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말도 사실은 “더 이상 논의하지 말자”는 뜻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두고 보자”고 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행위 또한 실은 현재도 다음에도 응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곤 전혀 없음을 자백하는 꼴에 다름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예로부터 “다음에 보자는 놈, 하나도 안 무섭다”는 말이 있어 왔다. 당장에 실행에 옮겨야 하고, 당장 상대를 제압하는 조치를 취해야만 실천의 의지와 능력을 확인할 수 있지, “다음에…”라는 말은 사실상 다음이 아니라 끝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음에…”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한자어는 두 가지이다. 추후(追後)와 차후(此後)가 바로 그것이다. ‘追後’의 ‘追’는 ‘쫓을 추’라고 훈독하고 ‘此後’의 ‘此’는 ‘이(this) 차’라고 훈독한다. 추후(追後)는 이번 일이 지나간 후 그 일을 ‘뒤쫓아 얼마쯤 뒤’라는 뜻이고, 차후(此後)는 이번 일의 연장선상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현재를 기준으로 ‘이 다음에’라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추후 논의’는 그 일에 대한 후속조치를 위한 논의를 말하고, ‘차후 논의’는 꼭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논의하자는 의미여서 반드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추후논의는 그 사안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해야 하는 의무성이 좀 더 강하고, 차후논의는 사안에 대한 논의의 의무성이나 시급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에 사용하는 말인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는 아예 추후도 차후도 없는 것 같다. 이러한 국회에 대해 선거를 통해 추후조치를 취함으로써 차후에는 이런 국회의 꼴을 보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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