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제사상머리에서 싸움질

입력 2019-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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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광주(光州)와 전라남도 일원에서 전두환·노태우가 중심이 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중항쟁을 기념하는 날인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이 올해로 39회를 맞았다. 1981년 5월 18일, 피해자들과 시민, 학생 등이 광주의 망월동에 조성된 희생자 묘역에서 추모행사를 가진 후로 범국민적인 추모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졌다. 당시 전두환과 그 뒤를 이은 노태우 정권은 추모행사를 못하게 탄압했으나 그날의 민주화정신을 계승하려는 국민들의 열망 속에 기념행사는 해를 거르지 않고 지속되었고, 1997년 5월, 마침내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친 분들을 추모하고, 억울하게 죽은 분들을 애도하는 국가적인 ‘제삿날’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못된 집안은 조상의 제사상머리에서 으레 다툼질을 한다”는 말이 있다. 한마음으로 조상을 추모해야 할 자손들이 각자의 이익에 눈이 멀어 추모는커녕 싸움질만 하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올해, 제39회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이 일부 정치인들의 그런 싸움질로 얼룩졌다. 5·18의 비통함과 억울함을 위로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려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지를 저버린 채 오로지 자신의 입장과 자기 당의 이익만을 위하여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인하여 5·18이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입었다. 평화롭고 행복한 집안을 염원하며 조상님들이 그토록 당부했던 ‘제사상머리에서 다툼질 말라’라는 말의 의미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당당하게(?) 깨부수는 사람들로 인하여 우리 사회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한 민족, 한 핏줄기를 타고난 동포 사이에 오가서는 안 될 막말들을 정치권에서 먼저 경쟁적으로 해대고 있다. 이제, 이런 비열한 싸움은 끝나야 한다. 국민들의 바른 심판이 참으로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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