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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기자가 해봤다] '숨고' PT로 몸짱 도전한 후기…크몽·오투잡·탈잉 '긱 이코노미' 전성시대

입력 2019-02-20 14:41 수정 2019-02-20 14:42

▲위 사진은 피트니스 탈의실에서, 아래 사진은 PT가 끝난 뒤 샤워실에서 찍었다. 한 번의 레슨으로 완벽한 복근이 생길 수는 없었지만, 배에 과한 힘을 주자 흐릿하게나마 11자 복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위 사진은 피트니스 탈의실에서, 아래 사진은 PT가 끝난 뒤 샤워실에서 찍었다. 한 번의 레슨으로 완벽한 복근이 생길 수는 없었지만, 배에 과한 힘을 주자 흐릿하게나마 11자 복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노동 시장에 ‘긱(Gig) 이코노미’ 바람이 불고 있다.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의 인기가 높아지자 재즈 밴드들은 즉흥적으로 임시 연주자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이때 섭외된 단기 계약 연주자를 ‘긱’이라고 불렀다. 현대에서는 사업자의 필요에 맞게 임시로 계약을 맺은 후, 단기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긱 노동자’라 부른다.

긱 노동자들은 주로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중개 플랫폼에 광고하면, 소비자가 그 재능을 구매한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

대표적인 것이 ‘숨고’다. 숨고는 ‘숨은 고수’의 줄임말로, 특정 분야에서 고수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20일 기준으로 숨고에는 22만 명의 고수가 등록돼 있고, 재능 연결을 요청한 건수는 146만 개에 달한다. 숨고 고수들은 인테리어‧정리수납 컨설팅, 외국어 과외, 회화‧피아노 레슨, 디제잉 레슨, PT레슨, 민사소송, 특허 출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제공한다. 아울러, 신차 구매나 중고차 폐차 시 동행하거나, 심지어 휴대폰을 구입할 때 조언해주는 고수들도 있다.

숨고와 더불어 '크몽', '탈잉', '오투잡' 등 재능을 사고파는 재능 마켓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긱 이코노미 바람과 함께 찾아온 재능 마켓의 인기 요인을 분석해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숨고 1일 체험에 나섰다. 여름이 다가오기 전, 몸짱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기자의 고군분투 숨고 후기를 상세히 적어본다.

▲숨고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견적서가 도착한다. 견적서에는 금액과 고수의 프로필이 상세히 적혀있고, 구매자와 고수 간 1대1 대화가 가능하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숨고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견적서가 도착한다. 견적서에는 금액과 고수의 프로필이 상세히 적혀있고, 구매자와 고수 간 1대1 대화가 가능하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윈-윈(Win-Win)'

이제까지 이런 맞춤형 서비스는 없었다. 기자가 숨고에 가입하자 레슨 과목, 요일, 장소, 시간, 강사 성별, 강사 프로필 등 1부터 100까지 모든 것을 선택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한 명의 소비자로서 노동 서비스를 구매할 때 이렇게까지 주도적인 적이 없어서 그랬을까? 너무 많은 선택권에 잠시 선택 장애를 느꼈다.

PT레슨 항목과 원하는 조건들을 선택하자, 1시간 뒤 10개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알람을 클릭하자 “트레이너님의 견적서가 도착했습니다”는 메시지와 트레이너의 프로필이 떳다. 강사의 프로필은 일종의 이력서로, 소비자가 원하는 조건의 트레이너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숨고는 소비자와 트레이너의 1대 1 대화창 플랫폼도 제공해 전화통화 대신 대화창으로 가격과 레슨 관련 내용을 손쉽게 조율할 수 있었다.

기자는 숨고 회원에게 무료로 1회 PT를 제공해주는 한남역 인근 피트니스 센터를 찾았다. 방문 전, 원하는 부위의 레슨과 운동 강도 등을 요청해둔 터라 어려움 없이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날 기자가 강력히 요구한 주문은 ‘복근’. 기분 탓일까. 한 시간 레슨 뒤 완벽하진 않지만, 흐릿하게나마 자리 잡은 복근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기자에게 PT 레슨을 한 이재호 트레이너는 “숨고를 통해 수업 신청을 받은 지는 2달째인데, 이 달에만 숨고 회원 7명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는 “동료 트레이너가 숨고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게 됐다”면서 “오전 비는 시간엔 수강생 집으로 찾아가 수업하는 경우도 많아 시간을 활용하기도 좋다”라고 덧붙였다.

숨고는 소비자가 고수의 장소로 방문할지, 고수를 소비자의 장소로 부를지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일정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고 이동의 수고를 덜 수 있고, 공급자는 빈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듯 숨고의 가장 큰 장점은 노동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수요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노동을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가 특정 조직에 소속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 조정 과정이 유연하다. 공급자는 일하는 시간과 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 여러 직장에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자의 PT를 맡은 이재호 트레이너는 “숨고 같은 플랫폼이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 같다”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계속 숨고를 이용해 회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기자의 PT를 맡은 이재호 트레이너는 “숨고 같은 플랫폼이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 같다”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은 계속 숨고를 이용해 회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서비스 품질 관리는 ‘논란’

물론,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털사이트에 숨고 후기를 검색하면 서비스로 인해 손해를 봤다는 글도 검색된다. 한 네티즌은 숨고를 통해 인테리어 시공을 진행했으나, 바닥이 갈라지는 문제가 발생해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원활한 환불이 이뤄지지 않았고, 숨고 측은 해당 고수의 부실한 서비스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숨고와 같은 크몽, 탈잉, 오투잡 등 노동 서비스 플랫폼의 공통적인 취약점은 공급자의 서비스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요청할 경우 공급자로부터 견적서를 받게 되는데, 그 견적서에 나온 경력이나 자격증의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또한, 서비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전문분야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합리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중국어 과외선생님을 구했다는 취준생 이모(28) 씨 역시 선생님의 실력에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중국어 학과를 나오고 중국어 과외 경력이 있다고 프로필을 받았지만, 알고 보니 과외 경력은 대학생 때 잠깐 아르바이트했던 게 다였다”면서 “성조 발음을 들어보니, 독학으로 공부한 내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1회 수업 이후 추가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2017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식‧재능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불공정 약관에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공정거래 위원회는 공유 서비스 분야의 새로운 거래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시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숨고를 포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광범위한 사업자 책임 면제, 회원 저작권의 사업자 귀속, 손해배상 제한 등의 조항 등을 자체적으로 시정했다.

▲숨고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다. 외국어, 운동 레슨은 물론 특허 출원이나 민사 소송 전담 고수도 있고, 고수와 소비자가 가격을 조정할 수도 있다. (출처=숨고 홈페이지)
▲숨고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다. 외국어, 운동 레슨은 물론 특허 출원이나 민사 소송 전담 고수도 있고, 고수와 소비자가 가격을 조정할 수도 있다. (출처=숨고 홈페이지)

◇‘워라밸’의 종착지 ‘프리랜서’

비정규직 프리랜서 근로 형태는 노동시장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25년 긱 이코노미가 2조7000억 달러(약 3031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는 내년 미국 근로자의 절반이 프리랜서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외 글로벌 업체들도 나인 투 식스 출퇴근 시스템에서 벗어나, 성과 중심의 유연근무제 도입을 빠르게 추진 중이다.

프리랜서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2030세대들이 선호하는 근무 환경이기도 하다. 긱 이코노미의 대표적 옹호론자인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경제학자 교수는 ”긱 이코노미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율권이 확대되면 워크·라이프의 균형을 더 잘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직에서 주어진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기보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에 들어맞는 근로 시스템이다.

경쟁이 과열되는 재능마켓에서 노동 서비스 제공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이 갖지 않은 자신의 강점 분야를 내세워야 한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노동 서비스 거래는 내가 필요한, 나만을 위한, 개인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모인 결과”라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한 차원 더 높은 맞춤형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또 그런 서비스 제공이 인기를 얻는 시대”라고 현상을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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