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동남권 신공항 논란, 갈등만 부추기나

입력 2019-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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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지역 대립과 논란이 또다시 증폭될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불을 붙였다. 문 대통령은 13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공항과 관련,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의 뜻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면 총리실 차원에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이 표류하거나 늦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신공항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미 결정된 김해 신공항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 10여 년간 영남지역의 갈등을 키운 정치적 화약고였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정동영 후보 간 공약 경쟁으로 논란이 본격화했다. 경제성 부족으로 2011년 없던 걸로 했지만,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경남 밀양을, 부산·경남이 부산 가덕도를 신공항 후보지로 강력히 밀면서 지역 간 첨예한 충돌이 빚어졌다. 결국 정부는 2016년 6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보완하는 대안으로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당시 영남지역 5개 광역단체장이 합의했다.

그런데 작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의 재추진을 들고 나왔다. 오 시장은 “김해 신공항은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라며,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한 것이다. 소음과 안전성 문제,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관문공항, 동북아 물류허브 역할의 한계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울산과 경남지역 단체장들도 동조해 김해 신공항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들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부산시는 벌써 “대통령이 큰 선물을 주셨다”며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국토교통부는 소음·안전성 등에서 김해 신공항에 문제가 없다며 올 상반기 중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해 2026년까지 건설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재검토 시사 발언으로 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동남권 신공항은 엄청난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지역이기주의가 작용한 정치적 요인으로 결정될 수는 없다. 부·울·경이 주장하는 가덕도나, 대구·경북이 이를 극력 반대하면서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는 모두 나름의 합리적 타당성을 갖는다. 김해공항 확장의 대안이 정치적 타협의 결과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신공항 논란을 다시 촉발하고, 이미 정해진 사업을 뒤집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이 지역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차피 지역 간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민심과 국론의 소모적 분열만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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