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ㆍ뉴코아 500억 '쌀 카드깡' 의혹

입력 2008-06-25 15:13 수정 2008-06-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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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의원 “정부 대처 미진하면 국감 등 적극 대응할 것”

이랜드그룹 계열의 국내 대형 유통업체 홈에버와 뉴코아 매장에서 지난해에만 500억원의 '쌀카드깡'을 벌여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이 입수해 25일 발표한 이랜드 그룹사의 계약사별 양곡 대량매출 현황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해 동안 '홈에버'약 301억, '뉴코아' 약 110억, '2001아울렛' 약 86억원 등 이랜드 계열 대형마트 및 백화점에서 총 498억원에 이르는 쌀카드깡(상품권 이용 거래 포함)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쌀 카드깡으로 추정되는 쌀 저가대량매출이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카드깡’이란 사채업자가 자금 수요자에게 해당 대형유통마트에서 카드로 대량의 쌀을 구매토록 한 다음 쌀을 넘겨받아 다른 도매상들에게 저가에 팔아넘긴 뒤(편법적인 쌀 할인시장 형성) 이자나 수수료 등을 공제하고, 급전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거래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쌀 도소매상들은 할인시장에서 보다 싼값에 쌀을 살 수가 있기 때문에, 쌀값하락을 부추기게 되고, RPC(미곡종합처리장)는 도매상들의 거래 기피로 쌀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에는 저가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등 쌀 시장을 왜곡시키게 된다.

강기갑 의원은 “쌀카드깡 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각 점포별로 매출 확대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위 ‘깡업자’와 거래하는 관행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랜드 그룹의 경우, 뉴코아와 까르푸를 인수하며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자 점포별로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설정, 강요하면서, 경영진이 직원과 깡업자와의 거래를 사실상 묵인, 방조하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곧 매출목표만 달성되면 불법을 저질러도 문제 삼지 않는 관행이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게 강 의원 주장이다.

더욱이 쌀은 환금성이 좋은데다 시장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채업자들이 카드깡 대상으로 선호하는 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쌀카드깡’ 및 ‘저가판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에도 소위 미끼상품으로 ‘쌀 저가 판매’를 일삼은 롯데마트에 대해 농민단체의 규탄이 광범위하게 진행된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이랜드 그룹의 조직적인 쌀카드깡 행위의혹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강기갑 의원의 설명이다.

강 의원은 "이랜드 그룹의 조직적인 쌀카드깡 의혹행위는 그렇잖아도 값싼 외국농산물의 수입 속에 갈수록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농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조세포탈, 카드깡으로 인한 서민피해자 양산 등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농민단체들이 끊임없이 대형유통업체들이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는 쌀카드깡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신용카드를 통한 쌀구매량 제한, 카드깡 업체에 대해 탈세혐의로 국세청 고발 등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말만 앞세웠지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는 점.

이에 대해 강기갑 의원은 "쌀카드깡은 농민의 피땀을 갈취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검찰조사 외에 더 이상 쌀카드깡과 같은 불법유통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에도 정부 조사가 미진하다면 국정감사 등 국회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것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강기갑 의원은 또 "이같은 문제를 일부 점포, 일부 직원의 불법 매출로 축소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회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쌀카드깡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이랜드 그룹의 박성수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조사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기갑 의원의 의혹제기에 대해 이랜드 그룹은 자체 조사결과 '쌀카드깡'은 매장 직원의 매출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회사의 조직적인 지시는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25일 관계 기관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회사가 '쌀 카드깡'을 조직적으로 지시 또는 묵인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랜드는 관계 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이에 앞서 자체적으로 내부 감사를 통해 지점의 대량매출 실태를 조사했고 의심 가는 대량매출이 발생한 일부 점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 징계했다고 밝혔다.

이랜드 관계자는 "강 의원이 주장한 쌀카드깡 매출이 500억원 이라는 주장은 일부 매장에서 발생한 사실을 확대함으로써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경찰에 압력을 넣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량 매출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공정한 경찰 수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최종 수사결과에 따라 회사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기갑 의원이 제시한 사례들

■ 사례1. 홈에버 강서점

강서점은 2008년 1월 11일 '이맛이'백미(20kg)을 17시에 383포를 판매했다.

다음날인 1월12일에도 오후 3~5시 사이에 400포를 판매했다. 13일 역시 오후 6시에 400포를 판매했다. 더욱 이상한 사실은 한장의 영수증에 100포 이상이 계산된 경우가 5건이다.

강서점은 2007년에도 이런 사례가 여러 차례 진행된 걸로 보인다. 특히 2007년 9월 22일에는 '이맛이'백미(20kg)한품목이 총 1억382만원이 판매되었다. 유독 한 계산대(5208호기)에서 10포씩 연속적으로 274건이 계산되어 총 2740포 금액으로는 1억302만4000원이다. 더욱더 이상한점은 같은날 같은시간에 계산한 타구매자는 3만9800원에 판매가 되었으나 2740포에 대해서는 모두 3만7600원에 판매가 됐다는 것이다.

강서점의 '이맛이' 백미(20kg)는 2007년5월31일~2007년10월2일까지 판매되었으나 2007년9월22일 하루 판매된 금액은 기간중 총판매액의 20%에 해당하는금액이다.

■ 사례2. 홈에버 월드컵상암점

월드컵상암점은 2008년 1월 15일 '이맛이' 백미(18kg)가 3만5800원에 판매됐다. 하지만 특이하게 2건이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한번에 443포씩 3만3850원에 2번 판매되었다. 오후 8~9시에 일어난 일이다.

2시간여만에 886포가 너무나 쉽게 팔린것이다. 같은날 다른 계산대에서는 1포씩 2~5건 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2008년 1월 18일 역시 오후 7시에 대량판매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무려 7시부터 1시간 동안 2350포가 판매됐다. 다음날인 1월 19일에도 이 매장에서는 오후 6시~8시 사이 1800포가 판매 되었다. 이것 역시 3건의 영수증으로 끝났다. 1월 20일에도 오후 2시~8시 사이 2500포가 판매됐다. 이 매장에서는 1월달에만 (18~20kg) 양곡이 무려 2만8200포 이상 판매된 걸로 추산된다.

■ 사례3. 홈에버 목동점

목동점은 2008년 1월 22일 오후 6시~7시 사이 '그옛날가을들녘'쌀(20kg)이 38,000원에 5포씩 60차례 연속적으로 판매됐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5포씩.

이틀뒤인 1월 24일 역시 오후 6시에 5포씩 60차례 판매되었다. 같은 방법으로 1월26일에도 300포, 1월27일 600포, 1월29일 300포, 1월31일 300포씩 이 매장에서도 6일간 양곡 20kg이 2100포 판매됐다.

하지만 2007년 같은날 홈에버 목동점은 '그옛날가을들녘'쌀(20kg)을 1포에 3만6800원에 할인해 판매했음에도 22일 39포 24일 44포 26일 23포 27일 58포 29일 62포 31일 8포 6일간 총 234포만을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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