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짜증과 역정(逆情)

입력 2018-07-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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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장관이 ‘마린온’ 추락사고와 관련하여 “유족들께서 의전 문제에 있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비난이 일자 사과 발언을 하였다.

국어사전은 짜증을 “마음에 맞지 아니하여 발칵 역정을 내는 짓, 또는 그런 성미”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풀이로 보자면 짜증과 역정은 사실상 같은 말이다. 역정은 한자로 ‘逆情’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거스를 역’, ‘뜻 정’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뜻을 거스름’인데 국어사전은 “몹시 언짢거나 못마땅하여서 내는 성”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짜증이 곧 역정이고 역정이 곧 짜증인 것이다.

송영무 장관의 ‘짜증’ 발언은 기실 “유족들이 의전 문제에 흡족하지 못하여 역정을 낸 것”에 다름이 아니다. 따라서 송영무 장관이 ‘짜증’이라는 말 대신 ‘역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면 그처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같은 뜻의 말이라도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관인 ‘위(胃)’의 순우리말이 ‘밥통’이라 해서 의사가 노인 환자를 향해 “할아버지 밥통에 문제가 생겼어요”라고 말한다면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기분이 결코 좋지 않을 것이다. ‘농아(聾啞)’가 귀머거리(聾:귀머거리 농)와 벙어리(啞:벙어리 아)를 뜻하는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농아’나 ‘청각장애’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자꾸 ‘귀머거리’, 벙어리’ 하고 부르면 그 보호자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녀 성기를 뜻하는 ‘ㅈ’과 ‘ㅂ’으로 시작하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비록 순우리말이긴 하지만 그 말을 대놓고 사용하지 않고 한자어인 ‘성기(性器)’, ‘생식기(生殖器)’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어감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한자의 의미와 역할을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다. 뜻글자와 소리글자의 장점을 다 누릴 수 있는 큰 복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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