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반려(伴侶)와 반려(返戾)

입력 2018-07-12 13: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우리말에는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 즉 읽는 소리는 같은데 뜻은 완전히 다른 말들이 참 많다. 예를 들자면, ‘사기’라고 읽은 동음의 단어에 담긴 다른 뜻은 ‘사기(史記;역사 기록, 역사 책)’, ‘사기(士氣:굽힐 줄 모르는 기세)’, ‘사기(詐欺:속임)’ 등 무려 40개 이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동음이의어는 한자를 통해서만 구별이 가능하다. 우리의 문자 생활에서 한자를 배제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흔히 쓰는 ‘반려’라는 말에도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반려동물’의 반려는 ‘伴侶’라고 쓰며 각 글자는 ‘짝 반’, ‘짝 려’라고 훈독한다. 사람과 짝하여 함께 살아가는 반려자(伴侶者)와 같은 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반려는 사표를 반려할 때도 사용한다. 이때의 반려는 ‘返戾’라고 쓰며 각 글자는 ‘돌아올 반’, ‘어그러질 려’라고 훈독한다. ‘일이 어그러져 되돌아오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국어사전은 이 返戾를 “윗사람이나 상급기관에 제출한 문서를 처리하지 않고 되돌려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표 반려’는 곧 아랫사람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受理:받아서 처리함)하지 않고 되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사의를 표명한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비서실장이 “첫눈이 내릴 때 놓아 주겠다”는 표현을 한 것을 두고 더러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 운운하는 평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보도하는 일부 언론에서는 “사의를 반려했다”는 표현을 했다. 맞지 않는 표현이다. 사표는 문서로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반려할 수 있지만 사의는 문서가 없이 말을 통에 뜻을 표명한 것이기 때문에 반려할 게 없다. 따라서 사의 표명에 대해서는 ‘만류했다’고 하는 것이 훨씬 더 매끄러운 표현이다.

분수를 아는 아름다운 사의 표명은 만류하여 다시 伴侶 관계가 되어야 하지만 부적절한 행동에 따른 사의 표명은 곧바로 사표 수리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뺑소니까지 추가된 김호중 '논란 목록'…팬들은 과잉보호 [해시태그]
  • 높아지는 대출문턱에 숨이 ‘턱’…신용점수 900점도 돈 빌리기 어렵다 [바늘구멍 대출문]
  • "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 단독 대우건설, 캄보디아 물류 1위 기업과 부동산 개발사업 MOU 맺는다
  • 하이브 "민희진, 투자자 만난 적 없는 것처럼 국민 속여…'어도어 측' 표현 쓰지 말길"
  • 어린이ㆍ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 KC 인증 없으면 해외직구 금지
  • 단독 위기의 태광그룹, 강정석 변호사 등 검찰‧경찰 출신 줄 영입
  • 막말·갑질보다 더 싫은 최악의 사수는 [데이터클립]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888,000
    • -0.62%
    • 이더리움
    • 4,091,000
    • -2.36%
    • 비트코인 캐시
    • 620,000
    • -4.02%
    • 리플
    • 719
    • -0.28%
    • 솔라나
    • 221,700
    • +2.12%
    • 에이다
    • 633
    • +0.48%
    • 이오스
    • 1,115
    • +0.45%
    • 트론
    • 174
    • -1.14%
    • 스텔라루멘
    • 148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000
    • -1.86%
    • 체인링크
    • 20,820
    • +7.93%
    • 샌드박스
    • 603
    • -1.47%
* 24시간 변동률 기준